미얀마 기업인 "폐업 공유자전거 활용 시골아이들 덜 걷도록…"

입력 2019-06-06 11:17  

미얀마 기업인 "폐업 공유자전거 활용 시골아이들 덜 걷도록…"
"통학시간 줄이면 가난 탈출기회 더 커져"…취지 공감 기업들도 참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한 미얀마 기업인이 고철업체로 가기 직전인 '폐업 공유자전거'를 활용해 미얀마 시골 아이들의 학교 통학을 돕는 운동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싱가포르 매체 투데이의 온라인판에 따르면 미얀마 출신 IT 기업인인 마이크 탄 툰 윈(23)은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양곤으로 자전거 3천300대를 실어왔다.
이 자전거들은 탄이 미얀마 시골 아이들을 위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오려는 1만대 중 첫 선적 물량이다.
미얀마 태생이지만 어릴 때부터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며 싱가포르 명문 공대를 졸업한 뒤 미얀마로 돌아온 탄은 지난 3월 '덜 걷기'(Lesswalk) 운동을 시작했다.
몇 년간 미얀마 시골을 돌아보다가 등교를 위해 30분에서 1시간가량 걷는 많은 학생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통학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며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고 그렇게 해서 더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가 더 커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
마침 싱가포르에서 자전거 공유 사업을 접은 오바이크와 오포사의 많은 자전거가 고철 공장으로 팔려나가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 떠올랐다.
지난 3개월간 탄은 자전거 1만대를 사들였는데, 이 중 4천 대는 싱가포르에서 창고 세일과 경매를 통해 오바이크와 오포사의 자전거를 '저렴하게' 구매한 것이다.
업체 역시 폐기물 처리공장에 넘기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탄은 대당 평균 20 싱가포르 달러(약 1만7천원)를 주고 사들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5천 대는 자신의 돈으로, 나머지 5천 대는 운동 취지에 공감한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각각 사들였다고 덧붙였다.
자전거 상태는 상당히 좋았으며, 어떤 것은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탄은 자전거가 미얀마 시골에서 더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디지털 자물쇠를 일반 자물쇠로 교체하거나, 형제나 자매들이 함께 등교할 수 있도록 좌석을 하나 더 설치하는 등 손도 봤다.
그는 금주 1천 대, 이달 말 나머지 5천700대를 양곤으로 들여와서 필요한 시골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탄은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자전거들이 고철로 변하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돕는데 사용되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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