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기념관 앞 대중연설 재고 요청…"정치색 없는 행사 전통 훼손"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내달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에서 대중연설을 하려는 것에 대해 민주당이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초대형 유세나 다름없는 그의 연설로 인해 정치색을 띠지 않고 비당파적으로 치러져 온 독립기념행사의 전통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7월 4일은 독립을 축하하고 건국 세대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희생한 것을 반추하는 시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에 정치를 끼워 넣으려 노력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독립기념일 행사는 링컨기념관과 의사당 사이에 있는 조경공원인 내셔널 몰에서 열리는 불꽃놀이, 의사당 부근에서 펼쳐지는 연례 콘서트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링컨기념관 앞에서 연설하기로 하면서 불꽃놀이 행사와 장소가 겹치는 문제가 생기자, 미 당국은 불꽃놀이를 내셔널 몰에서 1㎞ 이상 떨어진 포토맥 강변으로 옮겨서 진행하기로 했다.
호이어 원내대표 등은 "미국의 건국을 축하하기 위해 수만 명의 내외빈이 내셔널 몰을 찾는데, 공공의 비용을 들여 정파적인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 경호 문제로 인해 방문객의 접근도 심각하게 방해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초대형 유세 형식의 집회를 즐겨 개최하곤 했으나, 오는 18일 플로리다에서 2020년 대선 출정식을 공식적으로 열고 선거운동을 본격화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2016년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주요 인사들을 향한 공격이 트럼프 유세의 단골 소재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에 연설할 링컨기념관 일대는 선거유세장을 방불케 할 것이라는 게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의 지적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셔널 몰에서 열리는 독립기념 행사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위대한 행사를 그에 대한 축하가 되도록 할 게 아니라 위대한 행사의 한 부분이 되길 정중히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트위터에 "날을 잡았다. 7월 4일 워싱턴DC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사가 열린다"며 "행사는 '미국에 대한 경례'(A Salute To America)로 불릴 것이며 링컨기념관에서 열린다. 불꽃놀이와 즐길 거리, 당신이 좋아하는 대통령, 즉 내 연설이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