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온몸에 멍자국·사인은 영양실조…경찰, 생모와 교제남성 체포
경찰, 과거 '학대 아니다' 오판…아동상담소는 신고받고 확인 안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또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홋카이도(北海道) 경찰은 전날 2세 여아 A양을 폭행해 상해한 혐의로 아이의 모친 B(21·음식점 종업원)씨, B씨와 교제 중인 남성 C(24)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은 상해 혐의로 B씨 등을 체포했지만, 이들이 A양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양은 5일 병원에서 사망했는데, 온몸에서 많은 멍자국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영양실조였다. 지속적으로 구타를 당한 데다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채 방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월 지바(千葉)현에서 부친의 폭력과 모친의 동조 하에 10살 여자아이가 숨졌던 사고에 대한 대중의 공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지바 사건에서는 피해 여아가 학교에 학대 피해를 알리는 편지를 쓰며 도움을 청했지만 관계 당국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편지를 오히려 부친에게 건네준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또 부친이 학대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고 성적인 폭행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모친은 부친의 폭력을 막기는커녕 사실상 가담했다.
지난 3월에는 모친과 내연남이 8살 여자아이를 학대한 혐의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버릇을 가르친다며 아이의 손과 발을 끈으로 묶어 넣어 방치하고 자신들이 학대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아동학대 강력사건이 잇따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2월 "있어서는 안 될 일로 진정 가슴 아픈 일이다"고 말하며 아동학대 방지책 강화를 지시했고, 일본 정부는 뒤늦게 모든 학대 의심사례에 대해 점검하는 한편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이번 사건은 특히 일본 정부가 이처럼 아동학대 방지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다시 발생한 아동 사망 사고라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학대 예방과 피해아동에 대한 조치를 담당하는 아동상담소는 지바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관할 아동상담소 역시 지난 4월 '밤낮 가리지 않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며 걱정하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모친에게 전화 연락을 취했지만, 모친이 전화를 받지 않자 학대 여부에 대한 확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당국이 지바 사건 이후 '신고 후 48시간 이내 확인'을 아동상담소에 권고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작년 가을 이후 여러 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받았지만, 학대가 아니라는 오판을 했다.
일본에서는 경찰의 아동학대 적발 건수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작년 아동학대 적발 건수는 1천380건(피해 아동 1천394명)으로 전년보다 242건이나 증가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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