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넘게 혼수상태, 중학교 교복 한번 입지 못하고…
이기백 군 부모 "어른들 안전불감증, 아이들이 아픔과 고통…"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 2월 부산 해운대 호텔 수영장에서 팔이 끼는 사고로 100일 넘게 혼수상태에서 사투를 벌이던 초등학생이 또래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기백(12) 군이 지난 5일 좌우 신장과 간을 또래 3명에게 기증해 새 생명을 선물한 뒤 자신은 영영 가족과 이별했다.
이군은 올해 2월 17일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 호텔 수영장에서 팔이 사다리 계단에 끼는 사고를 당해 100일 넘게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이군은 부모는 간절하게 기도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이군 상태가 최근 악화하자 장기 기증을 선택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 관계자는 "눈앞에서 점점 악화해 가는 아들을 보며 이대로 보내는 것보다는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을 부모들이 하셨다"고 말했다.
이군은 예정대로라면 올 3월 중학교에 입학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교복 한번 입어보지 못했다. 이 군은 입지 못한 교복마저도 기부했다.
1남 1녀 중 막내인 이군을 떠나보낸 부모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며 오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장기기증원 한 관계자는 "착한 심성으로 애교가 많고 교우관계가 좋아서 부모님과 주변 사람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학생이었다"면서 "이군 어머니도 '키우는 동안 엄마를 웃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준 고마운 아들아, 끝까지 훌륭한 일을 해줘서 자랑스럽다. 언제나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특히 어린 아이들이 어른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아픔과 고통 속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은 슬픈 일이라며 이런 아픔을 다른 가족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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