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꽉 막힌 교착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대화 소식에 잠시 일었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협상 과정에서 확인되는 여러 주장과 요구가 달라도 너무 달라 정국은 어떤 면에서 더 꼬인 것 같아도 보인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정 선거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패스트트랙)한 행위는 국회법에 따른 것이므로 이들 법안의 '합의처리 우선' 원칙 정도로 타협하는 것만도 양보라는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합의처리'를 여야 합의문에 넣어야 한다며 더 큰 입장 변경을 요구한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애초 잘못된, 더 나아가 불법적 행위였다는 인식에 따른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 간 회동 형식을 두고도 청와대는 '5당+일대일'을 내세우지만 한국당은 '3당+일대일'을 역제안하며 받으라고 맞서고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한국당 대표와 따로 만나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한 것은 많이 물러난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국당은 그러나 교섭단체를 꾸린 바른미래당 대표까지 회동 범위를 제한해야 대화 효율이 있다고 판단한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대표까지 회동에 함께하면 한국당에 유리할 것이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물론, 여권과 제1야당의 이들 자세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회동의 형식이 내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중한 정국 상황과 악화한 민심을 고려하여 적정선의 양보가 이뤄진다면 만나서 대화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시기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문제는 여권과 제1야당이 현 상황에서 버티기로 일관하려는 듯한 태도다. 여기에 대표 퇴진론 등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바른미래당이 중간당으로서 양쪽을 중재하는 데 역부족을 느껴 우려가 크다. 게다가 더 큰 걱정은 대결의 정치가 상당 기간 반복되고 의회정치가 낮은 생산성을 보일 소지가 작지 않다는 데 있다. 모든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환원할 순 없으나 그건 내년 4월에 치르는 총선 일정 때문이다. 총선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것을 한국당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당뿐 아니라 다른 주요 정당이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러므로 선거법 개정은 합의처리를 위해 각 정당이 끝까지 노력해야 할 의제라고 본다. 한국당은 특히 이를 되새기되 자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패스트트랙에 합의했음을 동시에 유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선거법 개정뿐 아니라 공수처 설치 같은 논쟁적 주제의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 대안을 다루려면 국회가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적자 통계가 나오는 등 경제 상황 악화에 대한 시름이 깊어 가는 최근이다. 기업 활력 회복과 민생 지원을 위한 입법, 경기 부양 등에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대북 식량 지원 검토 같은 남북관계 이슈 등 다양한 문제도 국회의원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만큼 민심은 문제 해결의 의지도, 능력도 없는 정당 대신 민의의 전당에 불 밝히고 '밥값'을 해보겠다는 정당을 지지할 거라는 생각을 각 정당 지도자는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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