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차주와 짜고 투자금 유용도…투자자 123명 피해
(고양=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개인간(P2P) 대출 업체를 운영하며 투자금 모집과 대출 과정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을 조작해 수억원을 빼돌린 프로그래머 출신 30대 대표가 구속됐다.
이 대표는 특정 대출차주와 유착해 별도 업체를 만들고, 투자금을 마음대로 다른 사업에 쓰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은 사기 및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H펀딩과 P홀딩스의 대표이사인 A(35)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가 운영하는 H펀딩은 P2P 대출 업체다. P2P 대출이란 인터넷을 통해 개인 투자자와 대출신청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투자자와 대출신청자가 여러 명이라 이를 관리하고 횡령 등 문제를 막기 위해 대출투자금은 '세이퍼트'라는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세이퍼트는 사전에 공지된 목표액만큼 돈이 모이는 순간 그 돈은 대출차주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하게 설계됐다.
A씨는 투자금이 세이퍼트 관리 단계로 넘어가기 전 투자 모집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수법을 썼다.
투자 모집과정에서 목표액을 높게 조정하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취소한 것처럼 출금 명령을 조작 입력해 돈을 빼돌렸다.
예를 들어 광고된 모집 목표액이 3억원이라면 프로그램을 조작해 목표액을 3억 5천만원으로 설정한다. 이후 모집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취소한 것처럼 조작해 돈을 조금씩 빼돌려 5천만원을 챙긴 후 3억원에 맞춰 모집을 마감하는 수법이었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 총 8억 6천만원으로 빚을 갚거나 사업 운영자금으로 썼다. 상환 금액이 부족하면 이자 등 여러 핑계로 투자자들을 속였다.
검찰 관계자는 "H펀딩에서 돈을 빌린 차주가 대출금 전액을 갚더라도 실제 투자금은 이보다 많으므로 투자자들에게 전액 변제 할 수 없는 부실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상환이 제대로 안 되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H펀딩 투자자 123명이 일산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내며 사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의 정밀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동업자와 함께 특정 대출차주와 유착해 투자금을 유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대출차주의 청탁을 받고 대출담보를 부정 해지해 주고 사례금을 받거나 횡령한 투자금으로 다른 업체를 함께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검찰은 A씨와 공모한 동업자 H펀딩 이사 B(43)씨, 이들과 유착한 대출차주 C(57)씨와 D(50)씨도 배임증재와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범행계좌 지급동결과 범죄수익 추징보전 등 조치를 하고, P2P 대출업체 운영자가 투자금 모집 프로그램을 조작해 투자금을 중도에 인출하지 못하도록 금융감독원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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