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대통령 "스타트업, 인센티브보다 열정과 마음가짐이 중요"

입력 2019-06-08 03:00  

핀란드대통령 "스타트업, 인센티브보다 열정과 마음가짐이 중요"
"경제 성장 위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장애물 없애는 것"
"한·핀란드 관계 아주 훌륭해…한국의 지식·기술 투자 환영"
"2년 연속 '가장 행복한 나라'로 뽑힌 요인은 참여·신뢰·평등"

(헬싱키=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핀란드 젊은이들의 열정과 기업가적인 태도가 스타트업 붐을 일으켰고, 전 세계에서 앞서가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오는 9일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국빈 방문을 앞두고 지난 6일 헬싱키 시내의 대통령관저에서 연합뉴스, 연합뉴스TV를 비롯한 한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핀란드는 통신회사 '노키아'로 널리 알려져 왔지만, 최근엔 모바일 게임의 대표선수 격인 '앵그리 버드'를 탄생시킨 게임업체 로비오와 같은 스타트업이 급성장하면서 전 세계 스타트업계의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지난 수십년간 핀란드 젊은이들의 마인드에 엄청난 변화가 생겨 이제는 공공분야에서 일하기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갖고 기업가가 되고자 한다고 핀란드 사회의 변화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보다도 젊은이들의 열정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핀란드는 오랜 세월 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지난 1917년 독립국가를 이뤘다. 지난 1973년 한국과 수교했으며, 199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핀란드는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구소련이 중심이 됐던 '바르샤바조약기구'에도 가입하지 않아 왔으나 최근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면서 '친(親) 나토 노선'을 보이고 있다.
북위 60~70도 사이의 북유럽에 위치해 있고 면적은 33만8천㎢로 남한 크기의 3배를 넘으며, 인구는 550여만명이다.
유엔(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최근 2년 연속 1위 국가로 선정됐다.
최근 구성된 연립정부에선 여성 장관이 남성 장관 수보다 많아 화제가 됐다.
다음은 니니스퇴 대통령과 가진 일문일답.

-- 문 대통령이 오는 9일부터 핀란드를 국빈방문할 예정인데, 주로 어떤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가.
▲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문 대통령의 지난 2년간 노력에 지지를 보내고자 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우려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아울러 양국 간 협력 증진과 관련된 많은 문제에 대해 협의할 것이다. 지금 양국관계는 아주 훌륭하지만 경제협력과 무역, 인적 교류를 더 증진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다.
-- 핀란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모범적인 국가가 되고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이 붐을 이루며 성공한 배경은 무엇인가.
▲ 핀란드에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있다. 그 이유는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역사적인 전통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지난 수십 년간 젊은이들의 마인드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젊은이들이 더는 공공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젠 많은 젊은이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갖고 기업가가 되려고 한다.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기업가적인 태도가 오늘날과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 스타트업 분야에서 한국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 이번 문 대통령의 핀란드 방문 기간에 관계 장관들이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것이다. IT분야를 포함해 양국 기업들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서로 협력할지, 지금까지 협력해온 분야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지 다루게 될 것이다.
-- 한국은 핀란드의 스타트업 성장을 롤모델로 삼으려고 한다. 조언을 해 준다면.
▲ 한국 정부가 핀란드의 스타트업 성장 사례를 참고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핀란드의 경험에 비춰볼 때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어떤 정부의 인센티브보다도 젊은이들이 스스로 열정에 헌신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면 어떤 인센티브도 충분하지 않다.
-- 핀란드는 ICT 분야에서 많은 고급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기사를 봤다. 핀란드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한국 청년들을 위한 특별한 인센티브가 있나.
▲ 그렇다. 우리는 스타트업을 위한 '탤런트 부스트'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핀란드에 오는 한국 젊은이들도 이 제도가 적용될 수 있다. 문 대통령 방문 때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핀란드는 외국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핀란드 정부는 '탤런트 부스트'와 연관해서 (외국 고급인력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허가증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핀란드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 기업들은 어떤 분야에서 더 많은 소비자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요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투자를 하려고 할 것이다. 핀란드는 클린테크(환경산업) 분야에서 앞서가는 기업들이 있다. 또 핀란드 ICT 분야 기업들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도) 관심이 있을 것이다.
-- 한국 기업이 핀란드에 투자해주기를 바라는 분야는 무엇인가.
▲ 한국의 모든 지식과 기술 투자를 환영한다.
-- 경제를 혁신하는 데 있어 핀란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나.
▲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다. 경제 주체들이 장애물을 피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센티브 정책보다도 혁신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 북한 핵 문제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핵무장을 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가능한 한 제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 핵 문제 해법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완전한 비핵화(CVID) 원칙을 지지한다.
-- 유엔과 EU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경제제재를 취하고 있지만, 북한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우리는 북한이 그들의 (국제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조치들을 보여줄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EU의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 한다. 동시에 우리는 관련 당사국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는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밝힌다.


-- 핀란드는 작년에 남북한과 미국의 정부 관계자와 학자들을 초청해 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1.5 트랙'을 개최한 바 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핀란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우리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 평화에 이르는 어떤 협상이든 계속해서 기여해 나간다는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이것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기본자세다.
-- 작년에 이어 추가로 남북한과 미국 관계자들을 초청해서 1.5트랙 회의를 할 계획이 있나.
▲ 필요하다면 우리는 우리의 좋은 기여(GOOD SERVICES)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 '필요하다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는데, 자발적으로 나설 의향은 없나.
▲ 외교는 그런 식으로 해나가는 게 아니다. 어떤 일에 나서기 전에 요청이 있어야 한다.


-- 핀란드는 작년 7월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주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도록 주선할 의향은 없나.
▲ 앞에서 언급했듯이 외교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회담이나 협상이든) 주선(arrangement)을 하려면 그런 요청이 있어야 한다. 내가 말한 대로 어떤 식으로든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요청이 있다면 우리는 할 것이다.
-- 남북한이나 미국으로부터 아직 그런 요구가 없었나.
▲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만 말하겠다.
--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진전이 없는데.
▲ 침묵 상태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협상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할 것으로 전망한다.


--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그러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이 원한다면 현실이 될 수 있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지도자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 나는 그를 만나 보지 못해서 모른다. 내 평가는 유보하겠다.
--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북한 내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뉴스에 따르면 매우 걱정스럽다.
-- 지난 2012년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수개월 내에 또는 임기 중에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나.
▲ 없다.
-- 핀란드는 올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했다. 추가로 북한에 지원할 계획이 있나.
▲ 대북 지원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나의 책무가 아니다. 새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그러나 인도적인 지원에 대한 비판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 핀란드는 2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평가됐다. 이런 평가를 받는 비결이 뭔가.
▲ 내 생각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자신이 이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또 하나는 서로 신뢰한다는 점이다. 가까운 사람을 신뢰하면 더 멀리 있는 사람도 신뢰하게 되며, 또한 미래의 사람들도 신뢰하게 된다. 내가 신뢰하면 신뢰받게 된다. 이것이 중요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평등도 또한 중요한 요소다. 핀란드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게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 6일 발표된 핀란드 새 내각을 보면 여성 장관의 수가 남성 장관 수보다 많은 '여초(女超)내각'인데, 이는 의도적인 것인가.
▲ 이는 정당 지도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그들이 여성 장관을 몇 명을 임명해야 하고 남성 몇 명 이상은 안 된다는 목표치가 있었다고 믿지는 않는다. 누가 그 직책에 가장 적합한가를 기준으로 장관을 임명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 의회나 사회에서 남녀 간 성비균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나는 그런 입법을 지지하지 않고, 내각에 남녀를 몇 명으로 해야 한다는 그런 법도 없다. 평등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핀란드에서 더 많은 여성이 장관직에 임명된 것은 매우 자연적인 것이다.
-- 핀란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에서도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 기후변화가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 내달부터 핀란드가 EU 순회의장국을 맡게 되는데 기후변화는 우리가 EU 순회의장국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역점을 두려는 이슈 중 하나다.
-- 핀란드는 현재 4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2개를 건설 중인데.
▲ 독일이 탈원전을 선언하며 이슈가 됐다. 독일의 현재 상황은 더 많은 석탄을 사용해야 하고, 더 많은 천연가스를 얻기 위해 러시아와의 파이프라인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핀란드 사람들은 원전은 미래로 가는 다리라는 점을 인정한다. 당장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만들 수 없어서 미래로 가기 위해 다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원전이 영원한 해결책은 아니다. 핀란드인들은 어느 정도 기술과 능력이 뒷받침돼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때까지 원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전체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율이 3분의 1을 넘지만, 아직 3분의 2는 전통적인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 작년에 핀란드에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이 설립됐는데.
▲ 핀란드에선 유럽 언어를 배우려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 변화가 일고 있다. 젊은이들이 한국어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고 알고 있다.
-- 지난 2012년 핀란드 대통령으로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 1990년대 말에 처음 한국을 방문한 뒤 2012년에 10년여 만에 방문했다. 한국은 매우 빨리 발전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매우 바쁘고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한국인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함께 나누자.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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