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김정남 아들 김한솔 피신 과정 연루돼 북한의 위협 우려"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기소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38) 측이 스페인으로 신병 인도될 경우 북한의 보복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의 변호인들은 사건을 담당하는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런 이유를 들어 보석으로 석방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안이 LA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위험 요소나 도주 우려가 없는 인물이지만, 스페인으로 인도될 경우 "아마 목숨을 위태롭게 할" 북한의 보복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이 북한의 살해 협박을 받는 이유는 2년 전 암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피신시키는 과정에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변호인단은 설명했다. 김정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으로,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됐다.
변호인 측은 스페인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북한 주민이 비자를 발급받고 스페인에 입국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안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정보요원 등이 스페인에 건너와 그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변호인은 "북한이 김한솔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안을 붙잡아 고문하거나, 단지 정권에 혼란을 끼친 데 대한 보복으로 그를 살해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의 스페인 인도를 가리켜 "스페인 법정에 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또 안이 병든 노모를 돌보는 헌신적인 아들이자 남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탄원서 20여 통과 미주한인재단 LA지부를 포함한 재미 한인사회의 지지 성명 등도 함께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2월 22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대사관에서 괴한 7명이 침입해 컴퓨터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을 탈취해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스페인 경찰은 자유조선 리더인 멕시코 시민권자 에이드리언 홍 창이 사건을 주도했고, 미 해병대 출신의 안을 포함해 이 단체 회원들이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체포된 인물은 안이 유일하다.
안의 변호인은 지난 4월에도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 요청을 했지만, 법원은 "범죄의 심각성과 국제적인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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