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멕시코 불법이민 협상 일단 봉합했지만 남은 불씨도 여전

입력 2019-06-08 14:37  

美·멕시코 불법이민 협상 일단 봉합했지만 남은 불씨도 여전
멕시코, 망명 대기자 수용 등 약속…"효과 없으면 추가 조치" 여지
NAFTA 대체할 USMCA 비준 속도…멕시코 주재 한국기업도 '안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과 멕시코가 불법이민 방지 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멕시코는 일단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제품이 관세부과 대상이 되는 사태는 모면할 수 있게 됐다.
관세부과 시점을 사흘 앞두고 미국과 멕시코가 전격적으로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일단 파국은 면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양국의 합의가 불법 이민 차단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트럼프의 관세 카드가 언제 또 살아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와의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10일부터 멕시코산 제품에 5% 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양국 외교장관이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멕시코는 군의 국경 배치와 불법 밀입국 조직 단속 등을 포함해 중미 이민 행렬을 막기 위한 "유례없는 조치"들을 약속했다.
아울러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한 이민자들이 심사 완료 때까지 멕시코에 머물게 하고 멕시코는 이들에게 거주지와 교육, 일자리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예고한 지 8일 만에, 이를 막기 위해 멕시코가 미국과 고위급 협상에 나선 지 사흘 만에 양국이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멕시코에 지속적으로 이민자 차단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관세 카드를 통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성과를 거둔 셈이 됐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멕시코와의 합의가 "매우 중요한 성과"를 낸 "매우,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합의 내용에 더없이 기쁘다. 중요한 이민 문제에서 우리를 돕기 위해 멕시코가 한 약속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멕시코로서도 발등의 불을 끄게 됐다.
특히 미국이 최초 요구안에서 양보를 이끌었다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은 협상 초기에 멕시코를 이른바 '안전한 제3국'(safe third country)으로 지정해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 대신 멕시코에 망명하도록 하길 원했다. 멕시코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타결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7일 오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과의 이민 갈등에서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수만 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이를 거절하고 관세 위협에 직면하거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중간 지점에서 타협하면서 멕시코로서는 어느 정도 '선방'한 셈이 됐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중간 지점에 도달해다"며 합의안이 공정했다고 자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의는 트럼프 정권에 관세 위협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던 멕시코 대통령의 승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멕시코는 물론 멕시코에 공장을 둔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들도 양국의 합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경고 이후 잔뜩 긴장한 채 추이를 지켜봐 왔다.
아울러 양국 협상이 타결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새 북미 다자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비준 절차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북미 담당 외무 차관은 협상 직후 트위터에 이민 합의로 USMCA 비준 절차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관세부과라는 '파국'은 피했지만 불씨는 남았다.
양국은 이번에 합의한 조치들이 기대했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추가 조치를 하기로 하고 90일 이내에 후속 논의를 한다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포함시켜 여지를 뒀다.
요구를 100% 관철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이민 차단에 효과가 없을 경우 언제라도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합의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오는 불법이민을 크게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리트윗한 뒤 "역사적인 밤이다. 이제 문제가 해결됐으니 앞으로 다시는 이민 문제를 들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멕시코로서도 당장 관세는 피했지만 망명 신청자들을 일시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져야 한다.
우드로윌슨센터의 멕시코연구소장 덩컨 우드는 블룸버그에 "멕시코는 (관세 대신)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수만 명 망명 대기자들에게 주택과 직업, 교육, 의료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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