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바티 "크리켓 외도 없었다면 오늘 파티도 없었다"

입력 2019-06-09 09:57  

[프랑스오픈] 바티 "크리켓 외도 없었다면 오늘 파티도 없었다"
시드 선수와 한 번만 만나는 대진운도 따라
세계랭킹 2위로 도약, 키 166㎝ 단신에도 서브가 강점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애슐리 바티(23·호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선수다.
바티는 15살 때인 2011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에서 우승했고, 17살인 2013년에는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 여자복식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유망주였다.
17살이면 주니어 대회에 출전이 가능한 나이지만 바티는 일반 여자 복식에 출전, 한 해에 준우승을 세 번이나 차지했다.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 같았던 바티는 그러나 2014년 말에 갑자기 '테니스를 그만하겠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18살 어린 나이에 라켓을 내려놓기로 한 그는 호주의 프로 크리켓팀에 들어가 '제2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당시 그는 잦은 외국 대회 출전 등으로 인해 향수병에 시달린 끝에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테니스와 이별했다.
하지만 그는 2016년 초에 다시 테니스 코트로 돌아왔고, 복귀 후 약 3년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마르케타 본드로소바(38위·체코)를 2-0(6-1 6-3)으로 제압한 바티는 우승을 확정한 뒤 인터뷰에서 크리켓 선수로 잠시 '외도'했던 때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그때의 경험이 없었더라도 이렇게 메이저에서 우승할 수 있었겠느냐'는 물음에 "물론 아니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바티는 "내가 그때 잠시 테니스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여기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그 경험도 내 삶의 일부고, 당시로써는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테니스로 다시 돌아온 3년 전 세계랭킹이 623위에 불과했던 그는 "그때 테니스를 떠나면서도 '절대로 다시 테니스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며 "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고, 인격적으로 더 성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2위까지 오르는 바티는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워졌다"고 '테니스 휴식기'의 의미를 강조하며 "내가 가진 기량을 잘 발휘하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도 겨룰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바티의 우승에는 대진운도 따랐다. 그는 결승까지 7경기를 치르면서 시드를 받은 선수를 딱 한 차례 만났다.
8강에서 매디슨 키스(14위·미국)를 한 번 상대했고 나머지 6경기는 모두 30위 밖의 선수를 물리쳤다.
예상대로라면 시모나 할레프(3위·루마니아), 세리나 윌리엄스(10위·미국) 등과 만나야 했지만 이들을 꺾은 어맨다 아니시모바(51위), 소피아 케닌(35위·미국)이 바티의 상대로 대신 나섰다.


키 166㎝로 큰 편이 아니지만 바티는 이번 시즌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서브 에이스 143개로 전체 6위, 서브 게임 승률 77.3%로 5위에 올라 있을 만큼 서브에 강점이 있는 선수로 평가된다.
또 지금까지 다섯 차례 WTA 투어 이상급 대회 단식 우승을 하드 코트 3회, 잔디와 클레이코트에서 한 번씩 달성하는 등 특정 코트에서만 강한 스타일도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클레이코트 대회인 프랑스오픈 성적이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가장 안 좋았으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될 전망이다.
복식 우승은 10차례인데 이 역시 하드와 클레이코트에서 4번씩, 잔디코트 2번으로 고른 분포를 보인다.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 8강까지 오른 바티가 '메이저 퀸'으로 우뚝 선 이후에도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7월 윔블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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