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6·12 공동성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성명은 북미 간에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을 담았다.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도 놀라웠지만 70년 적대관계에 마침표를 찍을 청신호를 문서로 밝혔다는 점에서 세계는 주목했다. 무엇보다 북미 대화는 그 지향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냉전 구조 해체의 의미를 가졌고 톱다운 회담과 한국 정부의 중재·촉진 역할을 품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막을 내려 뜨겁게 달아오르던 북미 대화의 열기는 급랭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역시나 큰 산 한 두 개가 아니라 거대한 산맥을 넘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하노이 회담은 애초, 6·12 공동성명의 구체적 실천과 실질적 이행 문서를 마련하는 과정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합의 없이 끝나 북미뿐 아니라 여러 북핵 문제 이해 당사국에 어려움을 안겼다. 아니나 다를까 하노이 노 딜 후 북한은 연말까지 기다리겠다며 버티기 자세로 들어갔다.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하고 자력갱생을 다시 내세웠다.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추후 더 큰 군사 시위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급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미 간에 접점을 넓혀야 하는 한국 정부의 처지가 곤란해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 개시 전처럼 서로를 헐뜯지 않고 신뢰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톱다운 회담이 이끈 북미 대화라는 걸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북미가 서로 정세 악화를 막으려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이 두드러진 것도 희망을 갖게 하는 포인트로 평가된다.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이 시기 가장 요구되는 과제는 비핵화가 북미만의 이슈가 아니라 민족 생존이 걸린 국제 의제라는 인식 아래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일이다. 교착이 길어져 비핵화 협상 엔진이 꺼지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비핵화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가져오는 경로와 같다. 그 점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대북 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방한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데, 그 전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3차 북미 정상회담의 디딤돌을 놓는다면 비핵화 행로에 다시 탄력을 붙이는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라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언급에서도 정부의 생각이 읽힌다. 그러나 김 장관이 첨언한 대로 최근 정세를 고려할 때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국면"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무역전쟁에 나서 비핵화 의제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뒤따른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미·중 모두에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도 비핵화와 교역 전선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챙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비핵화를 약속하고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는 김 위원장과, 재선을 위한 국정 성과로 비핵화를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최대 공통분모를 찾아내 북미 타협을 견인하는 데 진력하기를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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