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국경 티후아나에 모여 협상 결과 자축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속에 진행된 미-멕시코 이민 협상이 타결되자 멕시코는 안도와 동시에 환호했다.
'관세 폭탄'을 막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인기도 높아졌다.
8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접경도시 티후아나에서는 이번 협상 타결을 축하하는 집회가 열렸다.
수천 명의 시민이 멕시코 국기와 노동조합 깃발 등을 들고 거리로 나와 대통령에게 환호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결과가 "정치가 대립에 승리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7일 타결된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멕시코산 수입품에 부과하려던 5% 관세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고, 대신 멕시코는 남쪽 국경의 경비를 강화하고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이민자들을 임시 수용하는 등의 조치를 약속했다.
이날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이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했다면 멕시코도 하는 수 없이 보복 관세를 부과했을 것이라며 "멕시코 수장으로서 난 우리 경제를 향한 공격을 허용하거나 부당하고 불공평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미국인들을 해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늘어나는 이민자 유입 문제를 비롯해 모든 영역에서 미국과 협력하려 한다는 것을 미국인들에게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며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도 집회에 모인 시민들에게 "관세는 없다. 우린 존엄성을 그대로 지켰다"고 자평했다.
멕시코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던 관세 부과가 일단 없던 일이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막아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멕시코 일간 엘피난시에로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72%에 달했다. 지난해 대선 승리 당시 그의 득표율은 53%였다.
멕시코 정치 분석가인 호세 크레스포는 WSJ에 "대통령을 향한 지지가 광범위하고 무조건적"이라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했더라도 지지자 다수는 대통령이 옳을 일을 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 여론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집회에 모인 군중이 환호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 데 반해 인근 티후아나 주민들은 망명 신청자들을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한 협상 결과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마르 루나는 AP에 "이민자들 대부분은 일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은 범죄자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으로 영향을 받는 또 다른 지역은 멕시코 남부 국경지역이다.
멕시코는 중미 이민자들이 유입하는 남부 과테말라와의 국경지역에 군을 배치해 불법이민을 단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8일 찾은 남부 국경지역 타파출라엔 아직 이민자 단속이 강화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