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개위 세차례 관련 회의 소집…대미 '희토류 카드' 저울질
소식통 "수세 몰린 中, 미중 정상회동 앞두고 대미 압박 안간힘"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무역 전쟁이 가열됨에 따라 중국이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희토류의 수출 규제 카드를 조만간 꺼낼 전망이다.
이는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회동을 앞두고 수세에 몰린 중국이 배수진을 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이 최근 이례적으로 희토류 관련 규제 기관과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세 차례나 가져 조만간 희토류 수출 규제를 골자로 하는 일련의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중 무역 전쟁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대미 보복을 위해 '희토류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중국 거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4일과 5일 희토류 관련 업계와 규제 기관, 전문가들을 각각 불러 희토류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대미 보복 카드로 활용 시 예상되는 파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개위는 성명을 통해 "희토류의 특별한 가치를 전략적 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발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31일 중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지난 8일 발개위는 '기술안보 관리 목록' 제도를 만들어 구체적 조치를 조만간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기술안보 관리 목록' 제도가 사실상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이징의 희토류 전문가인 우첸후이는 "중국은 희토류를 원하는 전 세계 국가의 합법적인 수요를 보장할 능력이 있지만 중국 희토류로 만든 제품으로 중국의 발전을 막는 국가를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 발개위는 지난달 28일 미·중 무역 전쟁이 확대하자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달 20일 이례적으로 장시(江西)성 간저우의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하면서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며 대미 무역 전쟁에서 희토류 공급 카드를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희토류는 세계 첨단 과학기술 산업의 중요한 원자재로 중국은 세계 최대 저장량과 생산량,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전체 희토류 수입량의 80%를 중국에 의지하고 있어 미·중 무역 갈등 시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이 조만간 '희토류 카드'까지 꺼낸다면 사실상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회동을 앞두고 조급해진 중국의 마음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선도 자동차, 첨단 기술업체들은 거대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압박은 소탐대실 행위로 미국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촉구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희토류를 포함해 대미 압박 카드를 모두 꺼내 놓는 형국"이라면서 "이는 그만큼 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