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치른 대선인데'…카자흐서 대규모 '부정선거' 시위

입력 2019-06-10 10:49  

'30년만에 치른 대선인데'…카자흐서 대규모 '부정선거' 시위
경찰과 충돌 500여명 체포돼…여당 압승 예상 속 선거 공정성 의심 증폭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9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집권 여당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수도 누르술탄 등 주요 지역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AFP통신·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대선 당일 카자흐 최대 도시 알마티와 누르술탄 등에서 '대선 보이콧'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으며, 진압 경찰이 이들의 강제 해산을 시도하면서 충돌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불법 시위를 한 혐의로 현장에서 500여명이 체포됐고, 경찰관 3명도 부상했다고 카자흐 내무부는 밝혔다. 체포된 이들 가운데는 대선을 취재하던 언론인과 선거 감시 활동가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이번 시위가 최근 3년 사이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체포된 시위대는 수일간의 구금 판결을 받았으며, 일부는 자택 압수수색까지 받았다고 한다.
카자흐 정부는 시위대를 "사회 불안을 노리는 과격분자들"이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선거의 공정성과 집권 여당인 '누르 오탄'(조국의 빛)에 대한 대중의 뿌리 깊은 불신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고 본다.



이번 선거는 지난 30년간 장기 집권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갑작스럽게 자진해서 사퇴함에 따라 내년에 예정된 정기 대선을 앞당겨 치른 것이다.
소련 연방 시절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서기장)를 지낸 나자르바예프는 카자흐가 소련 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직후인 1991년 말 치러진 첫 민선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후 줄곧 최고 권좌를 지켜왔다.
나자르바예프가 물러난 뒤 상원의장이던 같은 당 소속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66)가 임시로 대통령직을 이어받고서 이번 대선에 여당 후보로 출마했는데 문제는 그가 나자르바예프의 공식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유엔 제네바사무국 사무차장을 지낸 토카예프 대통령은 임시 대통령직을 맡자마자 나자르바예프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국민적 여론 수렴 없이 수도 아스타나의 명칭을 '누르술탄'으로 바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나자르바예프가 후계자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고, 대선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도 짙어졌다.



카자흐 재벌이자 야당 지도자인 무흐타르 아블리아조프는 이번 대선에 대해 결과가 미리 정해진 '엉터리 선거'라고 비판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항의 시위를 열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회도 이번 카자흐 대선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트 워치'(HWR) 측은 카자흐에서의 민주적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가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 300명 이상의 선거 참관단을 파견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역시 카자흐 대선이 완전히 민주적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총평을 내놨다.
대선에 앞서 카자흐 당국이 토카예프의 반대파를 조직적으로 탄압해왔다는 보도도 나오고 나온다.
한편, 토카예프는 이날 투표가 종료된 후 실시된 출구 조사에서 70% 안팎을 득표해 14∼15%의 득표에 그친 민족주의 성향 정당 '울트 타그디리'(국가의 운명) 소속 아미르잔 코사노프 후보를 크게 이길 것으로 예상됐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