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희망선" vs "경영 악화" 최저임금 공청회서 격돌

입력 2019-06-10 13:21  

"삶의 희망선" vs "경영 악화" 최저임금 공청회서 격돌
최저임금위원회, 광주서 공청회…노·사 각 3명씩 발제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공청회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측이 팽팽한 격론을 벌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0일 광주 북구 광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노·사에서 각각 3명씩 대표로 나온 발제자들이 각자의 상황과 입장을 차례로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노동자 대표로 공청회에 나온 이들은 최저임금이 최소한 생활임금 수준인 1만원은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의 전국요양서비스노조 광주지부 사무국장은 "최저임금은 여성 고령자가 많고 근로기준법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겐 삶의 희망"이라며 "어려운 현실에 있는 노동자를 위한 최하한 선을 정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최하한 선이 아니라 기준선이 되어버렸다"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일해도 식비와 교통비를 빼고 나면 수중에 남은 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면 모두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며 "현실에 맞는 최저임금이 책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연임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지부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실제 급여는 전보다 줄어들었다"며 "복리후생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일방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분배를 통한 경제 성장의 측면도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사용자 대표로 나온 발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 악화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마옥천 베비에르 과자점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과 매출 감소로 인건비를 줄이는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장에선 근무시간을 줄이고 아르바이트 고용을 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갈수록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근무시간이 줄어든 것에 대해 직원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진 않았다"며 "하지만 매년 같은 방식으로 근로 조건이 형성되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상황이 경기 침체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며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더욱 큰 부작용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광주경영자총협회 본부장 역시 최저임금으로 경영이 악화한 지역 기업의 사례를 들며 "정부가 더는 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이미 주휴수당을 포함해 1만원이 넘었고, 정부는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했다"며 "이제부터 임금 인상은 노사 협의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지원하자거나 정부의 지원책을 차등화·다양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편 민주노총 광주본부 노조원 50여명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공청회장을 찾아왔지만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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