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서…' 첫 시험관 아기 연구서 잊힌 이름 '진 퍼디'

입력 2019-06-10 15:11  

'여성이라서…' 첫 시험관 아기 연구서 잊힌 이름 '진 퍼디'
체외수정 연구에 큰 기여…동료 과학자 요청에도 英당국 끝내 외면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탄생에 크게 기여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동료 과학자의 요청에도 끝내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한 간호사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간호사이자 배아배양사(embryologist) 진 퍼디는 로버트 에드워즈 교수, 외과 전문의 패트릭 스텝토와 함께 1978년 세계 최초로 체외 수정을 통한 시험관 아기인 루이즈 브라운이 태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퍼디가 병든 모친을 간호하기 위해 잠시 실험실을 떠났을 때에는 체외 수정 연구가 몇 달 동안 중단됐을 정도였다.
퍼디는 성공적 연구로 수많은 불임 부부에게 희망을 안겨줬지만, 이를 기념한 영국 중서부 커쇼의 커티지 병원 명판에서 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동료 에드워즈 교수는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노벨상을 받고 이듬해 기사 작위까지 받았으나 퍼디는 어떠한 상도 받지 못했다.



에드워즈는 병원 명판이 설치되기 전인 1980년 커쇼 인근 올덤의 지역 보건 당국에 서한을 보내 퍼디의 이름도 명판에 함께 넣어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그의 바람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데이비드 킬리언 행정관은 "1977년 11월 체외 수정을 통한 세계 최초의 성공적인 임신이 패트릭 스텝토와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 그리고 그들의 지원 인력에 의해 이 병원에서 이뤄졌다"라는 문구만 명판에 적힐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에드워즈는 1981년 "퍼디는 정말로 나와 스텝토만큼 이번 연구에 동등하게 기여했다"며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은 에드워즈의 사문서를 소장한 케임브리지 대학의 처칠 기록 보관소가 생의학 연구 지원 재단인 웰컴 트러스트의 지원으로 소장품 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기록물 관리자인 매들린 에번스는 이 편지가 퍼디의 이름이 왜 명판에서 제외됐는지를 명확히 알려주지는 않는다면서도 "(명단 제외가) 그녀가 간호사이고 배아배양사였으며 여성이라는 점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퍼디의 이야기가 성차별의 한 사례인지에 대한 가디언의 질의에 에번스는 "그 점도 한 요인으로 보이며, 더불어 간호사를 의사나 과학자보다 중요하지 않게 여긴 점도 한 요인일 것"이라고 답했다.
체외 수정한 배아가 성공적으로 세포 분열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지켜본 퍼디는 암으로 투병하다 1985년 39세를 일기로 숨졌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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