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중 1명은 '자기 판단'으로 동네의원→대형병원 이동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7명은 동네의원의 의료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형병원 진료를 받은 2명 중 1명은 의사가 아닌 본인 판단에 따라 동네의원을 거쳐 대형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 대한 신뢰가 낮고 의원의 의료서비스 질도 낮다는 인식이 컸다.
지난해 만 19∼69세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와 접근성 등 동네의원의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보통'이라는 응답이 56.8%, '불만족(불만족+매우 불만족)' 응답이 12.2%였다. '만족(만족+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31.1%에 그쳤다.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로는 '치료 효과가 좋지 않아서'(26.6%), '질병 진단을 신뢰할 수 없어서'(25.8%), '의료진(의사 및 간호사)에 대한 신뢰가 낮아서'(20.1%) 등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4명 중 1명가량인 24.7%는 동네 의원 이용 후 1개월 이내에 동일 질환으로 대학병원, 상급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질환으로 대형병원에 간 이유로는 '보다 전문적인 검사·치료를 위해 동네의원에서 대형병원으로 의뢰'가 47.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 본인이 선택 또는 진료의뢰서 요청'(29.0%), '상급 종합병원 이용을 위해 동네의원에서 진료의뢰서만 발급'(12.6%), '최신 의료장비와 의료시설이 더 좋아서'(6.5%),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대형병원 진료비 부담이 낮아져서'(2.8%) 순이었다.
즉, 응답자의 8명 중 1명(12.6%)은 동네의원을 진료의뢰서 발급 통로로 활용했고, 2명 중 1명(50.8%)은 의사가 아니라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형병원으로 간 셈이다.
동네의원을 이용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신뢰할만한 경력이 있는 의사나 전문의가 진료하는 것'(39.1%)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건강상태에 대해 충분한 진료나 상담을 해주는 것'(22.9%), '지속적 진료를 통해 나의 건강상태를 잘 아는 주치의가 있는 것'(19.8%), '대형병원과의 협진 체계가 잘되어 있는 것'(10.8%) 순이었다.
동네의원 의사를 사전에 선택해 '주치의'로 지정하고 대형병원을 이용하려면 주치의에게 먼저 진료를 받고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제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불편할 것이다'는 응답이 57.6%로 가장 많았고, '좋을 것이다'는 17.9%에 그쳤다.
'의료서비스의 질'만 따로 떼어 의료기관 종별로 만족도를 살펴본 결과, 약국(48.5%), 상급종합병원·대형대학병원(46.2%), 병원·종합병원(40.9%), 동네의원(33.2%) 순으로, 동네의원이 가장 낮았다.
불만족(불만족+매우 불만족) 비율도 동네의원(14.6%)이 가장 높았다.
중소병원 이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4%는 '중소병원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큰 병이면 대학병원을, 일상적인 병이면 동네의원을 가는 게 나아서'라는 응답이 54.9%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동네 의원은 접근성, 의료비 수준, 상담의 충분성 등에서 중소·대형병원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의료서비스의 질 만족도가 가장 낮다"며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불필요한 대형병원 진료로 인한 고가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중소병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소병원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전문 병원'의 홍보 및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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