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정지작업 끝낸 '아스달연대기' 도약할까 답보할까

입력 2019-06-11 07:40  

사전 정지작업 끝낸 '아스달연대기' 도약할까 답보할까
"낯선 이야기에 익숙한 설정에 실망…가능성은 충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총 18부 중 4부, 5분의 1을 사전 서사 정리에 썼다. 빠른 호흡이 대세인 트렌드를 고려하면 리스크가 큰 전개 방식이었다.
그 리스크의 결과는 뚜렷하게 갈린 시청자 반응과, 기대 이하 시청률 성적으로 돌아왔다.
진짜 전투는 이제 시작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방송한 4회에서 아스달 대칸부대의 수장 타곤(장동건 분)과 와한족을 구하러 온 이그트 은섬(송중기)이 드디어 대면했다. 각 종족, 부족의 특성과 문화 등 서사를 이루는 배경 지식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다.

1~4회 전개 방식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만했다. 특히 호흡이 늘어졌다가 빨랐다가 일관성이 부족하고 종잡을 수 없는 연출 방식이 그랬다.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자 주인공 은섬의 뿌리가 된 아사 가문 아사혼(추자현)과 뇌안탈 라가즈(유태오) 이야기는 중요성에 비교해 짧게 그려졌고, 와한족의 탄야(김지원)가 씨족어머니를 떠나보내는 모습과 타곤의 신성재판 모습은 지나치게 긴 호흡으로 담겼다.
무엇보다 초반에 작품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모두 풀어놓고 시작하는 방식이 적지 않은 시청자를 지치게 했다. 이 방대한 세계관을 18부 만에 풀어내야 하는 제작진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주입하듯 쏟아지는 정보에 초반부터 시청자가 상당 부분 떨어져 나간 게 사실이다.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작품을 늘 관통하는 '출생' 코드가 초반부터 확실하게 살았다면 오히려 몰입감을 줬겠지만, '아스달 연대기'는 부족별 특성과 문화를 정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시선이 분산됐다.

'국내 최초 고대사 판타지'라는 낯선 신선함을 강조했지만 정작 노출된 화면은 여러 외국 작품에서 본 익숙한 풍경이 가득했던 점도 실망을 안긴 모양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1일 통화에서 "소재 자체가 쉽지 않고 낯선 이야기라 기대가 컸는데 막상 나온 작품을 보니 '어디서 많이 봐온 설정들을 가져온 것 같다'는 생각에 실망이 큰 것 같다"라고 짚었다.
그는 "문화인류학을 베이스로 한 '아스달 연대기'는 부족 간 대결 구도가 명확한 '왕좌의 게임'과 조금 다른 점이 있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비슷해 보일 수 있다"라고 했다.

이밖에 신선함이 생명인 판타지극에 연기 패턴이 예상되고 익숙한 톱배우들이 캐스팅된 점, 내용은 판타지이지만 화면은 현실적인 TV 드라마 풍인 점, 제대로 들리지 않는 대사 등을 아쉬운 점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전날 모든 서사가 정리되고 아스달에서 벌어질 결전이 분명하게 예고되면서 이번 주 반전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정 평론가는 "은섬과 탄야 등 인물 간 이야기가 살아나야 극적 감정을 건드리고 몰입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것들이 4회에서 조금씩 생겨났다. 사건이 벌어졌고 대결 구도도 만들어졌고 아스달 내부 권력투쟁도 드러났다"라며 "흥행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특히 타곤이 은섬과 대결하면서 아버지 산웅과도 대결하는, 극 흐름에 변수를 많이 줄 수 있는 캐릭터이고 주인공들이 갖는 욕망 역시 단순한 구도가 아닌 점이 기대를 모은다.

'아스달 연대기'는 1회 6.7% 시청률로 출발해 2회 7.3%, 3회 6.4%, 4회 7.7%를 기록했다. 투자 규모와 작품 스케일을 고려하면 이번 주에는 10%에 근접해야만 향후 성공을 점칠 수 있는 상황이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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