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 "검찰개혁안, 정치 예속화 오히려 심화" 비판

입력 2019-06-10 17:07  

현직 검사장 "검찰개혁안, 정치 예속화 오히려 심화" 비판
윤웅걸 전주지검장 "대통령 인사권 제한하고 입법·사법부 통제 강화해야"
"공수처에 막연한 환상…외국 부패수사기관, 정부 비판인사 탄압"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권력의 영향력은 그대로 둔 채 검찰권만 약화시킬 경우 개혁은커녕 힘 빠진 검찰의 정치 예속화는 더욱 더 가중될 것이다. 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다 제한하고 검찰을 통치수단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현직 검사장이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하는 내용의 수사구조 개혁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윤웅걸(53·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검장은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인권보장을 위한 검찰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치 예속화라는 검찰의 역기능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지검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처럼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수사에 대한 법률가의 통제를 없애고 경찰 주도의 수사구조를 만들자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윤 지검장은 "서구 선진국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고 있는 것은 그 나라 경찰이 우리나라 경찰보다 실력이나 자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라며 "수사권을 사법 기능으로 분류함으로써 수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국민생활에 밀접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대해 법률가인 검사로 하여금 통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도 "검사의 비리를 이유로 검사로부터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제3의 수사기관을 설치하는 등 검찰제도를 근본부터 뒤흔들어 변경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다른 목적에 활용될 가능성이 많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윤 지검장은 싱가포르 탐오조사국(CPIB)과 홍콩 염정공서(ICAC) 등 공수처의 원형 모델에 해당하는 외국의 공직부패 수사기관에 대해 입법자들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싱가포르 탐오조사국은 기소사건의 90%가 민간부문으로 공직부패 전담 수사기관이라는 것이 무색하고, 자체 비리와 정부 비판인사 탄압 등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염정공서의 경우 불법감청·감시·미행 등 사찰 수준의 수사방식으로 비판받고 있고, 이마저도 민간 부문을 대상으로 삼는 탓에 부패 혐의로 기소되는 공무원이 연간 3~4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출범한 중국 국가감찰위원회 역시 "우리나라에서 제안된 공수처보다 정치적 독립성이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부패척결을 명목으로 한 효율적인 정적 제거 등 최고 통치권자인 주석의 권력 공고화와 장기집권에 기여하고 있다는 언론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윤 지검장은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자면 '권력자는 불편하게, 국민은 편안하게' 하는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고 입법·사법부와 국민 등 통제의 주체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고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폐지하는 방안에는 동의했다. 그는 "검찰에 접수된 사건도 가급적 경찰에 수사지휘를 함으로써 검사가 1차 수사로 인해 가질 수 있는 오류를 줄이고 경찰 수사과정에 대한 사법통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지검장은 "정부에서 제시한 검찰개혁안과 이를 토대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결국 인권보장을 위한 검찰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치 예속화라는 검찰의 역기능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검찰개혁의 종착점은 검찰이 권력의 예속에서 벗어나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기관으로 거듭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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