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얼음구멍 '빙호(氷湖)' 심해 CO₂방출로 될 수도

입력 2019-06-11 00:00  

남극해 얼음구멍 '빙호(氷湖)' 심해 CO₂방출로 될 수도
워싱턴대 연구팀, 로봇 표류측정기 등으로 규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남극대륙의 웨들해가 겨울에 꽁꽁 얼어붙으면 거대한 빙호(氷湖)가 형성될 때가 있다. 이 빙호는 펭귄이나 고래, 물범 등이 얼음 밖으로 나와 숨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지난 1974년부터 3년 연속 뉴질랜드 크기의 역대 최대 빙호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의 사라졌다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다시 나타났다.
러시아어로 "얼음 속 구멍"이라는 뜻의 '폴리냐(polynya)'로 불리는 빙호의 실체가 위성사진과 코끼리 바다물범, 로봇 표류측정기 등을 동원한 연구로 실체가 벗겨졌다.
10일 워싱턴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해양학과 스티븐 라이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빙호가 특정한 해에만 나타나는 이유와 바닷물 순환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실었다.
연구팀은 빙호가 허리케인에 가까운 강력한 바람이 웨들해를 휘감고 바닷물이 이례적인 여러 가지 조건을 갖췄을 때만 생기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2016년과 2017년 두 해 연속 빙호가 생겼을 때 관측된 자료를 활용했다.
해류를 따라 흐르는 로봇 측정기로 남극해의 상황을 모니터하는 '남빙양 탄소·기후 관측 모델링(SOCCOM)' 프로젝트의 자료와 코끼리 바다 물범에 센서를 장착해 수집한 자료, 수십 년 치의 위성 이미지, 기상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6년에 형성된 빙호는 수십 년 만에 다시 관측된 것으로 약 3만3천㎢에 달했으며 약 3주간 유지됐다. 이듬해 9월과 10월에 형성된 빙호는 이보다 더 큰 약 5만㎢에 달했다.
연구팀은 표층수의 염도가 특히 높고 강한 바람이 바닷물 순환을 일으키면 아래층의 더 짜고 따뜻한 물이 표면으로 올라오고, 이 물이 차가운 공기로 냉각되고 밀도가 높아지면 다시 아래로 내려가 1도 정도의 물로 대체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얼음이 얼지 않게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함께 강한 바람이 불면서 '마우드 라이즈'라는 해산(海山) 위로는 소용돌이가 만들어졌으며, SOCCOM의 로봇 표류측정기 2대도 이 소용돌이에 갇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빙하가 녹으면서 담수가 유입돼 남극해 표층수의 밀도가 낮아지는 바람에 빙호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남극의 바람이 더 강해지는 추세로 볼 때 빙호가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을 했다.



특히 2016년에 형성된 것과 같은 크지 않은 빙호도 표층수와 저층수를 완전히 뒤집어놓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남극 저층수는 수세기에 걸쳐 가라앉은 유기물 등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어 빙호가 크게 형성돼 오래 유지되면 지구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논문 제1저자인 박사과정 연구원 이단 캠벨은 보도자료를 통해 "심해의 이산화탄소 저장고는 수백년간 잠궈진 상태였지만 빙호를 통해 표면으로 나올 수 있다"면서 "몇년간 연속해서 이어진다면 대규모 이산화탄소 방출이 지구 기후시스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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