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안전성 검증 및 사전 협의 과정 없었다" 강력 반발
사업자, 토목 기초공사 강행…민관협의체 갈등 중재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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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 동구 원도심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사업을 놓고 주민과 사업자 간 갈등이 11일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주민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사전 협의도 없었던 수소발전소 건립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며 단식 투쟁에 나섰다.
반면 수소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는 인천연료전지 측은 더는 사업을 미룰 수 없다며 중단됐던 공사를 최근 재개했다.
하지만 갈등 해결을 위해 꾸려진 민관협의체는 8차례에 걸친 회의에서도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주택가 옆 수소연료발전소…안전성 문제 없나
인천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사업은 2017년 6월 인천시·동구·한국수력원자력·두산·인천종합에너지주식회사 등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본격화했다.
발전소 건립 예정 부지는 인천시 동구 송림동 8-344 일대다.
이 부지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주민들이 주로 찾는 송림체육관이 있다. 250m 남짓한 거리에는 2천460가구가 사는 아파트 3개 단지가 있고 15개 동이 넘는 빌라도 있다.
주택가와 인접한 만큼 더욱 세밀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지만, 정작 발전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종의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발전 용량이 100㎿ 미만인 연료전지발전소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 인천 수소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39.6㎿다.
2016년 11월 첫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가동된 뒤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발전소 47곳이 건립됐지만 단 한 번도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를 하면 실시계획 인가 단계에서 해당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리 조사할 수 있는 만큼 일종의 보호 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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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난달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1공장 옆 수소탱크가 폭발해 8명이 숨지거나 다치면서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대한 안전성 의혹은 더욱 커졌다.
당시 폭발사고는 수소를 저장하는 3기의 탱크에서 발생했다. 이 중 1기는 저압, 나머지 2기는 고압 탱크였다.
강릉 수소탱크의 경우 수전해(물 전기 분해)로 얻은 수소를 저압 탱크에 보관했다가 압축기를 거쳐 고압 탱크로 저장한 뒤 이를 수소 연료전지에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인천 수소연료전지발전소는 공급받은 도시가스를 수소로 전환하는 개질기를 통해 수소를 추출하고 이를 바로 사용한다. 즉 수소를 따로 보관하는 탱크가 없다.
사업자인 인천연료전지 측은 이에 따라 사고가 난 강릉 탱크와는 시설 구조가 다르다며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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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료전지 기술팀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현장에 가스검출기를 여러 대 설치해 수소 누출 여부를 확인하고 2차 원격 감시를 통해 가스 압력이나 검출기 동작 여부를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소를 저장 없이 바로 사용하는 한편 이 같은 감시 체계를 구축해 안전한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저장 탱크가 없더라도 개질기를 통해 수소를 얻는 방식 역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개질은 메탄(CH4)을 가열해 수소를 떼어내는 과정으로 상당한 양의 열을 가해야 한다"며 "이 정도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를 움직이려면 개질 시설이 매우 커야 하고 열원(熱原)도 그만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돌아가면 괜찮지만 개질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안전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강릉과는 시설이 다르니 믿어달라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고 충분한 투자를 거쳐 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주민과 협의 과정 실종…심한 반발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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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을 추진한 건 2014년부터다.
시는 같은 해 2월 송도국제도시를 신재생에너지타운으로 조성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계획을 추진할 때 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내용을 함께 넣었다.
2년 후 시는 사업자 공모를 통해 두산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2018년까지 39.6㎿ 규모의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사업 예정 부지는 시유지인 송도하수처리장 내 유휴 부지였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시 하수과가 시설 증설이 예정된 하수처리장에 발전소를 세울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송도 주민들도 환경 피해를 우려하며 부지 이전을 촉구했다.
결국 2017년 상반기 무산된 발전소 사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구에서 재추진됐다.
같은 해 6월 인천시는 한국수력원자력·두산·인천 종합에너지주식회사와 동구 송림동에 2020년 6월까지 연료전지발전소를 짓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었다.
2개월 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 사업 허가를 내줬고 지난해 8월 구의회와 인근 아파트 동 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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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발전소 건립 사실이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구가 지난해 12월 발전소 건축 허가를 내준 뒤였다.
주민들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기 전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일방적인 행정 처리에 크게 반발했다.
송도에 건립될 예정이던 발전소가 사전 협의도 없이 동구로 옮겨왔다는 사실 역시 반대 심리를 부추겼다.
당시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동구는 인구가 적고 원도심이라는 이유로 국책사업에서 늘 홀대당했다"며 "배다리 관통 도로가 뚫릴 때도, 아파트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밑으로 제2외곽순환도로를 뚫을 때도 주민 의사는 철저히 무시됐다"는 성명서를 냈다.
결국 구는 발전소 사업과 관련한 모든 행정 절차를 중단하겠다며 발전소 사무동 공사 중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 4월 이뤄진 19세 이상 구 주민 투표에서도 참여자 중 96.76%에 달하는 1만7천487명이 발전소 건립 반대에 몰표를 던졌다.
◇ 민관협의체 구성에도 계속되는 갈등
갈등이 계속되자 인천시는 지난 4월 주민·인천연료전지·시·동구 측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협의체는 8차례 회의 끝에 주민 상생 방안을 도출했다.
발전기금을 활용한 완충녹지 조성, 주민·사업 시행자·행정기관 환경감시단 운영, 주민펀드 조성 등이 골자였다.
그러나 주민 비대위는 638명이 참석한 주민 총회에서 투표에 부친 결과 상생방안을 수용하는 대신 백지화 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비대위 측은 주거지와 떨어진 곳에 대체 부지를 마련할 것과 시 공론화위원회에 발전소 건립 안건을 올리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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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주민들도 강릉 수소탱크와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의 형태와 구조가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다"며 "그러나 강릉 수소탱크 사고로 인해 정부가 주장했던 수소의 안전성은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어느 정도 상용화되고 오래 운영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안심을 주면 주거지 인근에 들어와도 상관이 없지만 지금은 상용화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단계"라고 반발했다.
비대위는 11일 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5차 총궐기 대회를 열기로 한 상태다. 김종호 비대위 대표는 22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며 시 공론화위의 안건 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관협의체가 운영되면 공사를 유예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던 인천연료전지 측은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막대하다며 토목 기초 공사를 재개한 상태여서 더욱 큰 마찰이 예상된다.
시는 민관협의체는 계속 운영할 예정인 만큼 아직 합의점을 도출할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재범 인천시 신재생에너지팀장은 "비대위가 상생 방안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민관협의체는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며 "새로운 논의 방식으로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계속해서 갈등을 중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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