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서 5명 함께 생활하며 놀잇감 삼아 친구에게 폭력행사, 숨지게 해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 원룸에 우리가 때려서 죽은 친구 시신이 있다."
A(19)군 등 10대 4명이 지난 10일 친구를 때려 숨지게 했다고 순창경찰서에 자수했다.
전북지방경찰청으로부터 사건 내용을 전달받은 광주 북부경찰서 강력팀은 11일 새벽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원룸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피해자 B(18)군은 하의만 입은 채 방 안에 쓰러져 숨져있었다.
그의 온몸은 멍과 핏자국 투성이었다.
방안에서는 휘어진 철제 목발, 구부러진 우산, 찌그러진 청소봉 등이 발견됐다.
창에서는 피가 튄 자국까지 있었다.
가해자인 10대 4명과 B군이 만난 건 지난해다.
광주의 한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다 알게 된 이들은 고향을 달랐지만, 타지 생활하는 처지에 올해 3월부터 한 원룸에 모여 살다시피 했다.
또래들이 함께 살며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힘에 의한 상하관계가 생겨나 B군을 장난감 취급하듯 괴롭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난치며 한대 두대 때리다가 피해자가 순진하게 폭행을 그대로 당하고만 있으니 강도는 점차 세졌다.
주먹과 발길질이 모자라 우산, 목발 등이 휘어질 만큼 도구로 폭행해 B군의 몸은 시퍼런 멍 자국으로 뒤덮였다.
A군 등은 지난 8일 귀가한 후에도 사이좋게 치킨을 나눠 먹고, B군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가해자들은 B군에게 다른 친구를 지목해 놀리게 했고, 시키는 대로 놀렸다는 이유로 때렸다.
담배 심부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산 등으로 때리던 중 B군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깜짝 놀란 가해자들은 B군의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까지 했으나, 숨을 쉬는지 보려고 입에 갖다 댄 비닐봉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9일 오전 1시께 폭행당한 B군 숨졌다고 판단한 A군 등은 그 자리에서 2시간여를 고민하다 렌터카를 타고 함께 고향으로 도주했다.
도주하는 과정에서 반지 등 소지품을 놓고 온 가해자들은 다시 원룸으로 돌아가 소지품과 함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다시 챙겨 나오기도 했다.
휴대전화는 B군이 혹시나 깨어나 신고하거나, B군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누군가 의심할 것으로 우려해서 들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건 내용을 듣고 부모가 자수를 설득하면서 지난 10일 오후 10시 35분께 경찰서를 함께 찾아가 죄를 털어놨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들의 신병을 순창경찰서로부터 인계받아 광주로 압송해 조사를 진행했다.
만 18세로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은 부모가 입회한 가운데 받은 경찰 조사에서 B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폭행 과정과 오랜 기간 상습 폭행한 사실을 하나씩 털어놨다.
B군에 대한 시신 검시 결과, 폭행에 의한 다발성 손상이 사인으로 추정돼 경찰은 A군 등 4명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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