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비마다 "완화정책 쓰라" 연준 타박
경제지표 부진·무역전쟁 여파 속 '독립성 표방'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 때문에 또다시 골머리를 앓을 조짐이다.
경기둔화에 대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검토하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쑥 선봉에 나서 금리 인하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위 때문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곤경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하면 그 근거와 관련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굴종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연준이 작년에 금리를 4차례 인상함으로써 미국을 중국보다 불리한 상황에 부닥치게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높은 수출 경쟁력을 누리지만 미국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아 그 반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연준이 미국 경제지표 부진과 무역전쟁의 악영향을 고려해 선제적인 완화정책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는 시점에 나왔다.
연준으로서는 무역전쟁의 악영향에 대한 일부 책임까지 뒤집어쓰고 뒤늦게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받들어 행동에 나서는 프레임에 갇혀버릴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NYT는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에 따라 결정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결정이 정치적으로 비칠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부터 연준이 주요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트위터, 언론 인터뷰, 즉흥적인 발언을 통해 수시로 연준을 비난해왔다.
연준이 작년에 금리를 인상할 때는 "미쳤다"는 등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써가며 긴축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그 뒤에 연준은 글로벌 경기둔화, 통상갈등 등 외부에서 올 수 있는 충격을 인내심을 갖고 주시한다며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기조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자 금리 인하를 촉구하기 시작했고, 이날은 중국과의 대결에 절실하다는 취지까지 덧붙여 다시 한번 같은 자기 견해를 강조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작년 내내 괴롭히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 계획을 보류한 것이 백악관 때문인 줄로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를 희석하려는 전략을 썼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독립기구인 연준의 관리들은 경제의 장기적 건전성을 위해 단기적 고통이 있을 수 있는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권한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연준의 양대목표인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을 이루기 위한 통화정책을 정치적 발언에 구애받지 않고 추진한다는 입장을 입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다.
최근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리들은 고용과 물가상승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절한 정책을 설정하겠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인하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다수 투자자와 경제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미국에 미칠 악영향, 미국 고용지표의 악화와 물가상승 부진 등을 주목하며 연준이 이르면 7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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