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부패수사 담당 판·검사 '담합 의혹' 파문 확산(종합)

입력 2019-06-11 11:00  

브라질, 부패수사 담당 판·검사 '담합 의혹' 파문 확산(종합)
판·검사간 통화내용 공개돼 파장…검찰, 담당검사 조사 착수
야권, 의회 일정 보이콧 선언…보우소나루 정부에 타격 예상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지난 2014년 3월부터 진행된 권력형 부패 수사를 둘러싸고 담당 판사와 검사 간에 담합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인터셉트 브라질'이라는 웹사이트는 전날 부패 수사가 한창 진행될 당시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판사(현 법무장관)와 부패수사팀 연방검사들 간에 오간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인터셉트 브라질'은 모루 전 판사가 데우탄 달라기뇨우 검사 등과 부패 수사의 방향을 조율했으며, 이는 모루 전 판사와 검사들이 담합 수사를 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통화 중에는 검사들이 좌파 노동자당(PT)과 연방대법원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검찰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달라기뇨우 검사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경찰은 '인터셉트 브라질'이 모루 전 판사와 검사들 간의 휴대전화 통화를 불법 해킹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그보다는 담합 수사 논란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인터셉트 브라질'은 전날 공개한 통화 내용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해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모루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으나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모루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해임하기 전에 모루 장관이 먼저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좌파 노동자당(PT)을 비롯한 야권은 모루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명백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의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변호사협회(OAB)가 모루 장관 사퇴와 달라기뇨우 검사 파면을 촉구한 가운데 상파울루 지역법원의 한 판사는 "모루는 부패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연방대법원의 일부 대법관은 "모루 장관이 판사 시절에 내린 재판 결과 가운데 일부가 번복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혀 주목된다.
룰라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를 막기 위해 모루 전 판사와 검사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담합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우파 진영 개입설을 제기했다.



모루 장관은 담합 수사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으나 '반부패 아이콘'이라는 명성에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모루는 연방법원 1심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권력형 부패 스캔들을 파헤치는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수사를 이끌었다.
이 수사로 중남미 최대 건설업체인 오데브레시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마르셀루 오데브레시에게 징역 19년형, 룰라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 1개월이 각각 선고됐다.
반부패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모루는 1990년대 이탈리아 반부패 수사의 영웅인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판사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받기도 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춘은 지난 2016년 3월 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조직을 이끄는 '50인 지도자' 가운데 모루를 13위에 올려놓았다.
모루는 올해 초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의해 법무장관으로 발탁됐으며,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모루 장관이 담합 수사 의혹으로 물러나면 보우소나루 정부에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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