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 남편 살해 고유정 계획적 범행, 공범 없어"(종합)

입력 2019-06-11 12:02   수정 2019-06-11 14:32

경찰 "전 남편 살해 고유정 계획적 범행, 공범 없어"(종합)
살인, 사체손괴·유기·은닉 혐의로 12일 검찰 송치 예정
피해자 DNA 감식 흉기 등 증거물 89점 압수…"피해자 방어흔 있고 공격흔 없어"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백나용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검찰에 넘겨진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오는 12일 고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체은닉이다.
경찰 발표 내용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9시 16분 사이에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지난달 27일 오후 11시 30분께 해당 펜션에서 퇴실하기 전까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이튿날인 지난달 28일에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오후 9시 30분부터 7분가량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고씨는 경기도 김포 소재 가족 명의의 아파트로 가서 지난달 29일 오전 4시께부터 31일 오전 3시 사이에 남은 시신의 일부를 2차 훼손한 뒤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 총 89점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고씨는 체포 당시부터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고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고씨가 제주에 오기 전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하고 제주에 온 뒤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구입한 점, 범행 전 범행 관련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차량을 제주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돌아간 점, 범행 현장을 청소한 점, 피해자 시신을 발견하기 어렵도록 훼손해 여러 곳에 유기한 점 등을 계획적 범죄의 근거로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의 혈흔 형태를 분석한 결과 피의자가 3회 이상 피해자를 찌른 것으로 보이고, 방어흔은 있지만 공격흔은 없었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가 의식이 또렷하지 않아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추측되며, 혈흔 높이도 피해자가 도망가는 듯한 형태여서 수면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은 피의자가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범행 관련 검색을 하기 시작한 지난달 10일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9일에 고씨와 강씨가 법원에서 만났고, 이 자리에서 범행일인 지난달 25일이 면접교섭일로 지정됐으며, 그 이튿날부터 범행과 관련된 검색을 계속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포에서는 사다리와 방진복, 커버링 테이프 등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시신을 2차 훼손하는 과정에서 실내나 옷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다리를 이용해 실내에 커버링 테이프를 붙이고 방진복도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찰은 공범 없이 고씨가 혼자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고씨는 체포 당시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체격이 작은 여성이 체격이 큰 남성을 살해했고, 피해자 시신을 훼손해 옮긴 점 등에 의문을 갖고 공범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범행시간대 피의자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비롯해 피의자가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점, 체포 시까지 동행인이 없었던 점,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한 장면이 확인된 점 등으로 볼 때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범행동기는 가정사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피의자가 전 남편과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록상 고씨의 정신질환은 확인되지 않고 있고, 범행과정에서도 면밀히 계획해 실행한 점이 확인되며, 조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는 느껴지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고씨는 살인과 시신 훼손 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범행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한 신상 공개 소식을 접한 직후에 잠을 잘 못자다가, 그 이후엔 다시 안정이 돼서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기도 하는 등 많은 심적 변화를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이 그동안 확인한 고씨 행적을 보면 고씨는 지난달 17일 충북의 한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인근 약국에서 샀으며, 이튿날인 지난달 18일 본인의 차를 갖고 배편으로 제주에 들어왔다.
나흘 뒤인 22일에는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청소도구 등을 샀다.
이어 지난달 25일 전 남편 강씨를 만나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 입실했고, 이날 범행을 저질렀다. 고씨는 시신을 훼손·분리한 뒤 하루 지나 훼손한 시신을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 등에 담아 펜션에서 퇴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8일에는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종량제봉투 30장, 여행용 가방, 비닐장갑 등을 사고, 시신 일부를 종량제봉투에 넣은 후 같은 날 오후 8시 30분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갔다.
경찰은 여객선 폐쇄회로(CC)TV로 고씨가 해당 여객선에서 피해자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7분간 바다에 버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구체적인 개수 등은 식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또 배를 타고 가는 도중 인터넷으로 시신 훼손에 사용할 흉기를 주문해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의 아파트로 배송시켰다.
고씨는 오후 11시께 완도 연안여객선터미널에 내린 후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새벽 김포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고씨는 이틀간 김포에서 시신을 또다시 훼손하고 유기한 뒤 31일 주거지인 충북 청주시로 이동했다.
경찰은 충북 청주시의 고씨 자택 인근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을 발견했다.
또 지난 5일 숨진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일부를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발견했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넘긴 뒤에도 남은 피해자 시신을 수습하고, 검찰과 협력해 증거를 보강하는 등 범행을 명확히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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