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 국민은 안중에 없나

입력 2019-06-11 11:46   수정 2019-06-11 13:33

[연합시론]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 국민은 안중에 없나


(서울=연합뉴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일선에 전격 복귀했다. 회의 중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물컵을 던진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던 바로 그 인물이다. 당시 조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유사사태의 재발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겠다"며 조 전무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했지만 조 전무가 14개월 만에 돌아오면서 한진그룹의 사과와 약속이 어떤 의미였는지 곱씹게 된다.

국민들은 조 전무가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던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그의 때 이른 복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 전무가 물컵 갑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공소권 없음 및 무혐의 처분을 받아 경영 복귀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혐의 처분이 조 전무의 복귀를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당시의 퇴진 이유가 법적 문제가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 전무나 그의 모친 이명희 여사, 또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오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볼 때는 이런 사회적 평가가 부당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왜 민간기업 경영에 간섭하느냐고 항변하고픈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주식을 일반에 공개한 상장기업이며, 경영과 고용 등 기업윤리와 관련한 모든 면에서 경영인이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되는 대기업이다. 기업 주식도 창업자 일가보다 일반이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 기업이 조씨 일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업의 경영을 구멍가게처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조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은 대기업 창업자 자제들이 기업을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직원에게 부당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한진그룹은 여론에 밀려 조 전무를 퇴진시켰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명희 여사의 갑질 폭행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고, 총수 일가는 해외 고가품을 밀반입하고 탈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금도 이런 사건과 관련한 일부 재판은 진행 중이다.

한진그룹은 조 전무의 경영복귀가 조양호 전 회장의 "가족과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라"는 유지를 받드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확보와 관련해 3남매가 '거래'를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조현아, 조현민 두 자매가 돕고 대신 자매는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3남매가 선친의 뜻에 따라 싸우지 않고 경영을 사이좋게 나눠서 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집안에서는 좋은 모양이라고 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한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자숙하겠다고 물러난 인물이 아무런 해명 없이 슬그머니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인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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