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이어 광주서 집단 폭행으로 피해자 사망…중장기적 범정부 대책 필요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10대 청소년들이 약자를 집단으로 괴롭히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천에서 다문화·한부모 가정 중학생이 또래들로부터 괴롭힘당하다 추락한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번에 광주에서 10대들이 친구를 집단 폭행해 숨지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1일 친구를 집단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A(19)군 등 4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는 광주의 한 직업훈련 학교에서 만난 18~19세 또래 친구들에게 2개월여간 상습폭행을 당했다.
소심하고,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착한 피해자의 성격은 가해 청소년들에게는 심부름시키고, 마구 때려도 되는 '약점'이 됐다.
결국 피해자는 사건 당일 놀이를 빙자한 폭행과 심부름을 제대로 못 했다고 때리는 친구의 폭력에 힘없이 쓰러졌다.
지난해에는 다문화·한부모 가정의 10대가 인천시 연수구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집단 폭행 당하다 추락사했다.
4명의 또래 친구들은 피해자의 입과 온몸에 가래침을 뱉고 바지를 벗게 하는 등 심한 수치심을 줬고, 피해자는 1시간 20분가량 폭행을 당하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에는 울산 중구에서 10대 남녀 3명이 시각장애인 청소년의 눈을 때리는가 하면, 머리에 담뱃불을 끄거나 엎드리게 해 구타하고, 옷을 벗겨 사진까지 찍었다가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관악산에서 중·고교생 9명이 또래 친구를 이틀에 걸쳐 노래방과 산으로 끌고 다니며 주먹이나 발, 각목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신체 특정 부위를 나뭇가지로 찌르는 등 수치심을 준 혐의로 처벌받았다.
광주에서는 올해 1월 장애인 남성들을 20대 성인들과 합세해 폭행하고, 돈을 갈취한 10대들이 붙잡혔다.
최근 청소년이 저지르는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엄벌을 요구하는 의견이 거세게 표출되기도 했다.
이에따라 국회에는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내리는 등 형법·소년법 일부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고, 정부도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형법·소년법 개정에도 나섰지만,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 청소년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한 광주에서는 19세 미만 청소년 5대 범죄가 2016년 1천658건, 2019년 1천814건, 2019년 1천623건 등 매년 2천건에 육박하고 있다.
이 중 청소년 폭행 사건은 올해 5월까지 341건 발생하는 등 해마다 600~800여건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단편적인 처벌 강화책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0대 범죄는 성인범죄와 달리 친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 집단화된 특성을 보인다"며 "옳고 그름에 대한 해석이 없이 친구 집단에서 인정받기 위해 약자를 상대로 점차 강한 행동을 하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청소년 범죄는 단발적 대책으로는 예방할 수 없다"며 "현재 교육, 사법, 정부가 따로 시행한 대책 등을 함께 중장기적으로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엄벌주의와 함께 학교 안팎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육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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