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한지와 문화, 복원' 주제로 '한-이탈리아 한지 컨퍼런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지의 가능성을 조명하는 학술 행사가 열렸다.
11일 로마 중심가에 위치한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에서 '2019 한국-이탈리아 한지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원주한지와 문화, 복원'을 소제목으로 한 이날 컨퍼런스는 ICPAL, 이탈리아 문화부, 한국의 한지개발원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탈리아 문화재 관계자 약 50명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에서 복원 용지로 쓰이기 시작한 한지의 특성과 가치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ICPAL 소장이 '복원지로서의 한지의 가치'에 대해 발표하고, 현지 작가 안나 오네스티는 '미술 소재로서의 한지'를 주제로 한지를 이용해 작품을 직접 창조한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3대째 한지 장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응렬 원주한지보존회 회장은 한지가 천년의 세월을 견뎌낼 정도로 보존성이 뛰어난 이유와 한지 제작 과정을 설명해 한지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이선경 원주한지문화제 위원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수제종이 한지의 역사'를 주제로 한국인의 삶과 뗄 수 없는 한지의 쓰임새와 역사, 한지의 특징 등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다.
세바스티아니 ICPAL 소장은 축사에서 "한지를 매개로 양국이 문화적으로 가까워져 뜻깊게 생각한다"며 "2015년부터 한국과 한지를 통해 교류를 시작해 현재까지 한지 3종류를 인증하고, 이탈리아 주요 문화재의 복원에 한지를 사용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충석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장은 "오늘 학술 행사를 계기로 한지가 복원뿐 아니라 미술 재료로서도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희 한지개발원 이사장은 "토양과 물이 좋아서 닥나무 생장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으로 알려진 원주는 굳건히 전통을 지키며 한지를 보존하고 있는 도시"라고 소개하며 "오늘 행사가 원주한지를 포함한 한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ICPAL은 2016년 말 이탈리아의 귀중한 유물 '카르툴라'(Chartula) 등 주요 문화재 5점을 한지를 이용해 원형을 되살린 것을 비롯해 최근 자국의 문화재 복원에 한지를 속속 사용하고 있다.
800년 전 가톨릭의 성인인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문화재인 카르툴라 등의 복원에는 경남 의령의 신현세 한지공방에서 제작한 한지가 쓰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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