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까지는 중거리 경기 출전하지 못해
장거리에서도 재능 발휘한 세메냐 "약물 투약은 절대 안 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을 향해 "반도핑 문제에나 집중하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세메냐는 12일(한국시간) 프랑스 몽트뢰유에서 열린 몽트뢰유 육상대회 여자 2,000m에 출전해 5분38초19로 우승했다.
800m가 주 종목인 세메냐가 공식 대회에서 1,500m를 초과한 거리를 뛴 건, 이번이 처음이다.
IAAF의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제한 규정' 때문에 세메냐는 800m가 아닌 2,000m에 출전했다.
2,000m는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의 정식 종목이 아니다. 올해는 IAAF가 공식집계한 여자 2,000m 기록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기록을 살펴보면 세메냐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2018시즌 여자 2,000m 세계 3위 기록이 비예누 데헤파(에티오피아)가 작성한 5분38초19였다.
세메냐는 생애 처음 치른 2,000m 경기에서 세계 수준의 기록을 냈다.
세메냐는 경기 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거리도 뛸 수 있다. 나는 재능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육상 선수다. 단거리, 장거리 등 거리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IAAF는 '세메냐 법'으로 불리는 여자부의 테스토스테론 제한 규정을 5월 8일에 발효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는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정한 이 규정은 일단 6월 26일까지 IAAF와 산하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영향을 끼친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4일 "재판이 끝나기 전, 세메냐는 현 상태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권리가 있다"고 해석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IAAF에는 "6월 26일까지 '재판 중에도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라"고 권고했다.
IAAF는 "여자부의 테스토스테론 제한 규정 유지는 필요한 일이다. 일단 모든 선수가 6월 26일까지는 남성호르몬 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우리 연맹은 남성호르몬 규정이 얼마나 합리적인 선택인지 법원에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5월 1일 "세메냐와 남아공육상연맹이 제기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 규정 철회' 주장을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IAAF는 CAS가 결론을 내리자 곧바로 "5월 8일부터 '여성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한다"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중거리 선수들은 약물을 투약해 수치를 5n㏖/L로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자 800m에서 올림픽 금메달 2개(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육상선수권 금메달 3개(2009년 베를린, 2011년 대구, 2017년 런던)를 딴 세메냐는 "절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자) 나를 바꾸지 않겠다. 육상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그리고 법정공방을 이어갔다. 세메냐는 CAS의 결정에 반발하며 5월 30일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연방법원과 IAAF가 이견을 드러내, 일단 6월 26일까지는 세메냐가 400m∼1마일 경기에는 뛸 수 없다.
세메냐는 다시 한번 "절대 약물을 투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바보가 아니다. 왜 내가 투약을 해야 하는가. 난 약물 복용을 하지 않은 '정직한 선수'다. 누구도 속이지 않았다"라며 "IAAF는 반도핑에나 신경 써라. 우리(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처럼 정직한 선수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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