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은의 금리 인하 시사, 적절한 변화

입력 2019-06-12 11:06   수정 2019-06-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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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한은의 금리 인하 시사, 적절한 변화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12일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발언만 보면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라고 해석할지 모르지만 그동안 한은이 '아직 금리 인하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왔던 걸 고려하면 분명한 금리 인하 시사로 볼 수 있다. 당장 금리 인하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경기가 계속 안 좋으면 4분기 정도에는 금리 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온 한은이 시장에 주는 메시지를 비교적 늦지 않은 시기에 바꿨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최근 한두 달 사이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많이 나왔지만 한은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 총재는 4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이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고, 5월 1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기자간담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최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출현하자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이 이번에 입장을 선회한 것은 최근 발표되는 지표들이 줄줄이 경기악화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달 4일 나온 1분기 성장률 잠정치는 -0.4%로,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더 떨어졌고 4월 경상수지도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해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이달 들어 10일까지의 수출도 전년동기대비 16.6% 줄어 7개월 마이너스 행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예고했다. 대외환경도 아주 안 좋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고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도 심상찮다. 이런 지표들을 보고 금리 인하를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면 올바른 진단이라고 할 수 없다.

금융시장의 예상에 부응한다는 점에서도 한은의 입장변화는 바람직해 보인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발표된 4월 25일 이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줄곧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았다. 이달 들어서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 금리도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졌다.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시장과 괴리되는 정책이 지속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 국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도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에 따른 적절한 대응은 말은 쉽지만 실행이 쉬운 건 절대 아니다. 시장흐름의 변화를 제때, 정확히 잡아내야 하며, 대응 역시 어떤 방향에서 어느 수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또 정책 대응에 앞서 당국이 시장에 주는 메시지의 시기와 강도도 실제 정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총재는 기념사에서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시기적으로나 내용상으로 적절한 메시지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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