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아 대화 재개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친서에 대해 아름답고 따뜻하다고 호평하면서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매우 긍정적인 뭔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말로 낙관적인 예상도 했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대미 친서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마중물 역할을 한 전례로 볼 때 이번 친서는 각별히 주목된다. 이는 지난해 6ㆍ12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즈음한 것이고 북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새로운 대북 메시지를 담은 '오슬로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란 점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을 성사시켰고 북한이 이희호 여사 장례에 조문단까지는 아니지만 조화와 조전을 보낼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시점이어서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 돌파구를 희망해볼 만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한 신뢰를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지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주변국 연쇄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이어서 이번 발언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어느 시점에 하길 원한다고까지 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여전히 좋다고 거듭 확인했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중대한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등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전적으로 가능하며 김 위원장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김 위원장에게 협상 테이블로 나올 명분을 주는 모양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과 대북 제재 강화, 북한은 연말 시한 설정과 미국에 새 셈법 요구,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기 싸움을 이어왔다. 양측은 비핵화 해법 관련해 '단계적 접근론'과 '빅딜론'으로 맞서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놓은 터여서 톱다운 방식의 접근법은 언제든 유효하고 그런 전례도 있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과 연계해 남북 간 대화 재개도 예상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쉽게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4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면 북미 간 협상을 촉진할 호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를 통해 800만 달러 인도적 대북 지원을 실행한 데 이어 직접적인 대북 식량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북한에서 발병한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협력도 제의하는 등 다각도로 대화와 협력 재개의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할 때다. 톱다운 방식이 효과적이겠지만 이게 어렵다면 북미 간 실무 접촉과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재개돼 새 접점이 모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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