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M 2019' 개최로 전세계 위상 주목…"이제 '질적발전' 도모할 때"
"AI가 환자 중증도 분류, 진단 보조 가능해질 것"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19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재난부터 2015년 메르스 발병까지 아픔을 딛고 성장해왔다.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18차 세계응급의학회 학술대회'(ICEM 2019)는 지난 30년간 발전해온 국내 응급의료 위상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자리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 응급의학 역사의 발판이 된 대한응급의학회 창립 30주년으로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세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는 데 의미가 깊다.
학술대회를 준비해온 이강현 조직위원장(연세대 원주의대)은 "세계 응급의료인들이 최신지식과 경험을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서울에서 진행하게 괸 것은 국민의 피와 땀, 응급의료인들의 노력으로 이룬 국내 응급의료 발전의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30년 전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말 그대로 황무지였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응급환자가 대거 발생한 현장은 환자 중증도 분류체계나 재난의료 지원체계 등이 전무한 당시 응급의료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위원장은 "당시 많은 환자가 한꺼번에 (사고현장과 가까운)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면서 병원은 혼란을 겪었다"며 "중증환자가 개인 의원으로 옮겨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을 겪은 이후 응급의료 발전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고 환자 분류체계 등 시스템이 생겨났다"며 "현재는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국내 재난뿐 아니라 국외 재난에도 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감염병 공포를 부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국내 응급의료 '감염 대응체계' 발전에 전화위복이 됐다.
이 위원장은 "메르스 사태로 혼잡한 응급실과 응급실 내 감염 대응체계 부족 등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메르스가 응급실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186명이 감염되고 38명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응급센터는 음압 격리병상과 일반격리병상을 의무적으로 만들었다"며 "또 열이 있는 환자를 응급실 초진치료에서부터 선별하기 위한 노력 등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신종감염병에 대한 완벽한 대처는 부족한 점이 있다"며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해외유입 감염병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병원에서 감염병 환자가 다른 방문자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난 30년간 한국의 응급의료는 체계를 갖추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현재는 '질적 발전기'로 이송 및 진료체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병원 전 단계에서는 전문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응급처치를 위해서는 구급차에 의사나 1급 응급구조사 또는 간호사가 탑승해 전문적인 응급처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 경증환자는 중소병원 응급실을 이용하고, 중증 응급환자가 3차병원을 이용하는 이송체계가 자리를 잡도록 해 병원 응급실의 효율적인 운영도 모색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했다"며 "다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치는 만큼 지속적인 예산투입과 응급의료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응급의료체계를 갖췄다면 이제는 효율적인 운영과 질적 발전이 필요한 때"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환자 중증도 분류, 진단 보조 등이 활용되는 시대도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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