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1주년에 文대통령 평화구상…남북미 교착타개 단초될까

입력 2019-06-12 19:33   수정 2019-06-13 05:43

북미회담 1주년에 文대통령 평화구상…남북미 교착타개 단초될까
'오슬로 구상' 정상 간 대화의지 강조…"마음 녹여내는 과정" 낙관적 인식
김정은 친서·김여정 접촉 등 변화 조짐…남북회담 성사여부 다시 시선집중
"6월 내 남북회담 어려워" 신중론도…'베를린 구상' 같은 반전 가능할까




(오슬로=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12일(현지시간) 새로운 평화정책 청사진을 담은 '오슬로 구상'을 발표하면서, 교착국면에 접어든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6월 내 남북정상회담' 등과 같은 급진전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2년 전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연설이 국면 반전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진행된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노르웨이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연설이지만, 북미회담 1주년을 맞아 북미 간 '촉진자' 역할을 한 문 대통령이 평화 메시지를 낸다는 점에서 '오슬로 구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 만년설 녹듯 대양에 다다를 것" / 연합뉴스 (Yonhapnews)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북미 정상 간 대화 의지를 중점적으로 부각했다.
'톱다운' 방식의 정상외교 채널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각 정상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회담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여전히 상대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북미 간 협상에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해 온 만큼, 이제는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아이디어보다는 신뢰와 이해를 쌓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2차 북미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지만, 이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70년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상호 신뢰와 이해가 충분히 쌓인다면 언제든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낙관적 인식으로도 해석 가능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핀란드 사울리 니니스퇴 국왕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고, 남북·북미 간 대화의 계속을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기에 조만간 남북·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북미 간 교착국면도 조금씩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친서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북미 정상 간 직접소통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화재개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시그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별세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한 점도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고(故)이희호 여사님의 그간의 민족 간의 화합과 협력을 위해 애쓰신 뜻을 받들어서, 남북 간의 협력을 계속해가길 바란다"는 말을 했다고 정 실장이 전했다.
이처럼 새로운 흐름이 조금씩 나타나면서,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것을 기점으로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 역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 정상들 간 만남이 연쇄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남북미 정상의 '평화외교' 역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지만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 정상이 '원포인트 회담'을 할 가능성이나, 나아가 '남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이 같은 급진전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신중론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역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이달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어려워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정부로서는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진행은 없다. 북측의 반응이 없어 이번 달 중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한반도 안보상황이 엄중했던 2017년 문 대통령이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밝히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발판을 마련했듯, 이번 오슬로 구상 역시 대반전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honeybee@yna.co.kr,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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