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일리노이대 중국인 유학생 피랍살해 사건 재판 시작

입력 2019-06-13 09:14  

美일리노이대 중국인 유학생 피랍살해 사건 재판 시작
검찰, 사건 정황 공개…변호인, 납치살해 혐의 인정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지 한달반만에 사라져 2년 이상 종적을 찾을 수 없는 일리노이대학 중국인 유학생 장잉잉(실종 당시 26세)씨 실종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장씨 납치·살해 혐의를 받는 브렌트 크리스텐슨(29)에 대한 재판이 12일(현지시간) 미 연방법원 일리노이 중부지원에서 본격 시작됐다. 사법당국은 전날, 12명의 배심원과 6명의 예비배심원 선정 작업을 마쳤다.
검찰은 모두진술에서 "크리스텐슨이 장씨를 납치해 잔혹한 폭행을 가한 뒤 살해했다"며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구성한 사건 과정을 공개했다.
검찰은 크리스텐슨이 장씨의 작은 체구와 서툰 영어를 약점 삼았다면서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장씨를 유인해 차에 태우고 자신의 아파트로 가서 성폭행한 뒤 흉기로 폭행하고 목을 베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장씨의 시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진 밀러 검사는 크리스텐슨의 전 여자친구에게 도청장치를 착용시켜 자백을 확보한 사실을 밝히면서 "크리스텐슨이 연쇄살인에 심취해 납치극을 꾸몄고, 장씨를 13번째 피해자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발언을 모두 믿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조지 테이세프 변호사는 "크리스텐슨이 장씨를 납치·살해한 사실을 부인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않겠다"며 다만 사형이 선고되는 것은 막아 보려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크리스텐슨이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뛰어난 대학원생이었으나, 약물 남용과 결혼 실패, 학업 성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전 여자친구에게 (장씨를 13번째 피해자라고) 한 말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고 변론했다.


중국 푸젠성 출신 장씨는 베이징대학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2017년 4월 24일 일리노이대학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도착, 박사과정 입학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한달반만인 6월 9일 아파트 임대 계약을 맺으러 가기로 한 시간, 공대 인근 도로에서 백인 남성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안카메라에 잡힌 것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사건 발생 3주 만에 장씨가 피랍·살해된 것으로 결론 짓고, 크리스텐슨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중국인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장씨 가족은 이번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중국에서부터 미국을 방문했다.
재판은 애초 일리노이대학 인근 샴페인 연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변호인의 요구를 수용, 샴페인에서 서북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피오리아 연방법원으로 옮겨졌다. 변호인은 학생 수 4만5천여 명, 중국계 학생 수가 5천여 명에 달하는 일리노이대학 소재지에서 크리스텐슨이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크리스텐슨에게 사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크리스텐슨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배심원단은 크리스텐슨에 대한 사형 집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일리노이 주는 2011년 사형제를 공식 폐지했으나, 연방 차원에서는 사형제를 합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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