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그동안 인류는 단백질 섭취를 위해 소와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을 대량으로 기르고 도축해왔다.
과학자들은 이런 전통 방식의 육류 생산과 소비 시스템이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 온난화를 가속하고, 축사와 농장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숲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가축 분뇨 배출로 강과 바닷물까지 오염시킨다고 지적해왔다.
여기에 더해 과도한 육류 섭취에 따른 건강 우려는 물론, 좁은 축사에서 키우고 도살되는 가축의 복지 문제까지 전통적인 육류 소비를 겨냥한 과학적 분석과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연간 1조 달러(약 1천18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육류 산업은 이런 환경, 건강, 복지 차원의 우려와 비판을 염두에 두고 최근 '대체 육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살아 있는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대체 육류'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식물 성분을 이용해 고기의 맛과 식감을 살린 '식물성 대체 육류'(Plant-Based Meat Alternatives)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이다.
전통 육류 산업을 주도해온 업체를 중심으로 식물 성분을 활용한 대체 육류 식품과 세포를 배양해 고기와 똑같은 맛을 내는 상품 개발이 한창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AT커니는 업계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대체 육류 개발이 진전돼 오는 2040년에는 우리가 소비하는 육류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 저스트 푸드(Just Foods)와 같은 기존 육류 업체 등은 식물성 대체 육류 개발에 10억 달러(약 1조1천84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비욘드 미트는 지난달 기업공개(IPO)를 통해 2억4천만 달러(약 2천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이후 대체 육류 수요에 대한 기대 속에 주가는 2배로 뛰었다.
배양육은 아직 상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배양육이 식물성 대체 육류보다 실제 고기에 가깝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AT커니는 전망했다.
AT커니는 2040년 배양육의 시장점유율을 35%, 식물성 대체 육류의 점유율을 25%로 내다봤다. 가축을 도살해 얻는 '진짜 고기' 시장을 압도한다는 계산이다.
AT커니의 카르스텐 게르하르트 파트너는 "플렉시테리언(채식주의지만 육류나 생선도 먹는 사람), 베지테리언, 비건(엄격한 채식주의) 성향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과 동물복지 문제를 인식한 소비자들이 육류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양육 소비가 늘어난다는 전망은 열렬한 육식주의자들이 환경과 동물복지 분야의 희생을 치르지 않고도 계속 같은 식단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 시스템을 연구하는 제레미콜러재단의 로지 위들 연구원은 "스테이크부터 해산물까지 전통적인 동물 단백질 제품을 대체할 다양한 스펙트럼의 식물 성분 대체 육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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