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딥페이크 기술로 조작한 저커버그 동영상 올라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조작된 동영상을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주말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동영상 조작 기술인 '딥페이크'를 활용해 저커버그의 예전 TV 인터뷰 화면을 기초로 만들어진 조작된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에는 마크 저크버그와 똑같이 생긴 인물이 등장해 카메라를 쳐다보며 "잠시 이런 상상을 해보라"고 운을 뗀다.
이어 "수십억 명의 도난당한 데이터와 그들의 모든 비밀, 그들의 생명, 그들의 미래를 완전히 통제하는 한 사람(이 있다고)"라고 말한다.
이 인물은 "나는 이 모든 걸 스펙터에게 빚지고 있다. 스펙터가 내게 누구든 데이터를 통제하는 사람이 미래를 통제한다는 걸 보여줬다"고 주장한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의해 이용자 8천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도용된 사건 등 잇단 개인정보 유출로 물의를 빚은 페이스북의 CEO가 숨겨온 야심을 폭로하는 듯한 내용으로 읽힐 수 있다.
다행히 이 동영상에는 가짜임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등장한다. 이 인물의 목소리가 실제 저커버그와 별로 비슷하지 않고, 동영상에서 언급된 '스펙터'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당들의 비밀결사체 명칭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이 가짜 동영상은 페이스북이 자사 소셜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가짜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의 조작된 동영상이 자사 플랫폼에 급속히 확산하며 논란이 됐는데도 이를 삭제하기를 거부한 바 있다. "페이스북에 올린 정보가 사실이어야만 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NYT의 지적은 페이스북이 외부 인사가 아닌 자사 CEO를 대상으로 한 조작 동영상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인스타그램은 조작된 저커버그의 동영상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다른 가짜 정보를 다루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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