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대미 우군 확보 외교전에도 美 전방위 압박 요지부동
범죄인 인도법 반대 홍콩 100만명 시위에 당혹…민심 수습 총력
中 정부부처·관영매체 '애국심' 집체교육으로 사상 통제 강화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 중인 가운데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면을 앞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희토류 카드'로 위협하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순방하며 우군 확보 외교전으로 대미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으로 중국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100만명이 시위에 나서면서 시진핑 주석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경제에 찬바람이 불면서 민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철저한 통제로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30주년을 조용히 넘겼으나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홍콩 시위가 불거지면서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1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2일 전용기 편으로 베이징(北京)을 떠나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대한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지난주 러시아 방문에 이은 해외 순방 강행군으로 시 주석은 이번 순방 기간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더불어 아시아 상호협력 신뢰 회의까지 주재하며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대미 압박 공세를 높이려 했다.
시 주석은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만나서 중국이 중심이 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과 더불어 "양국이 보호주의·일방주의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 대표기업인 화웨이(華爲)에 대한 전방위 포위를 풀지 않은 채 중국산 제품 3천250억 달러어치에 대해 추가 관세부과를 위협하며 미·중 협상에서 사실상 중국의 투항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중국과 무역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중국과 관련해 매우 잘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중국이 거부할 경우 관세 폭탄을 투하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 또한 희토류 수출 및 미국 농산물 수출 제한 가능성을 언급하고 미국 업체 페덱스와 포드에 대한 보복성 제재, 미국 유학 및 여행 경보 등 동원 가능한 대미 카드를 다 꺼내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더구나 톈안먼 사태 30주년을 계기로 중국 당국이 사회관계망(SNS)과 인터넷에 대한 대대적 통제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커진 상황에서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까지 터져 나오면서 중국 지도부를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 9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100만명이 운집했다. 이어 12일에도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했고, 해산 과정에서 최루탄과 물대포가 발사되는 등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빚어졌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 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어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반체제 운동 소탕을 위해 그동안 홍콩을 눈여겨봐 왔고 송환법을 통해 사실상 통제를 가하려 했는데 예상치 못한 대규모 시위에 당황한 상태로 보인다"면서 "미·중 무역 분쟁에 홍콩 시위까지 설상가상인 상황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최근 중국 내에서는 신중국 창립 70주년을 명분으로 시진핑 주석에 대한 충성과 '애국주의' 집체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 학습 요강'이 지난 9일 출간돼 전국에 교육 자료로 뿌려졌다.
중국 외교부를 비롯한 부처들은 '초심을 잃지 않고 사명을 다하자'는 주제로 집체 교육을 하면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고 강조했다.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중앙 및 지방 관영 매체들 기자들 또한 '장정의 길을 찾는다'는 주제의 공동 취재를 명분으로 한자리에 모여 "홍군 유전자를 전승하자"며 애국심 고양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사상교육 강화 움직임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대비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높아진 위기의식의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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