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압수 안하고 영상유포 조사 안한 채 17일 만에 수사 끝내
정준영 변호사와 함께 검찰에 송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가수 정준영(30)이 2016년 여자친구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됐을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이 휴대전화 압수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A(54) 경위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정씨의 변호사 B(42) 씨도 직무유기 공범과 증거은닉 혐의로 함께 송치했다.
A경위는 정준영이 2016년 8월 여자친구로부터 고소당했을 당시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아 범행 영상 확보 없이 정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해 당시 불법촬영 동영상 유포 여부가 제대로 수사되지 않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변호사 B씨는 A경위와 짜고 경찰에 '정씨의 휴대전화가 사라져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허위 확인서를 제출한 뒤 휴대전화를 자신의 사무실에 숨긴 혐의를 받는다.
A경위는 2016년 8월 20일 정준영이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당시 B씨에게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했다고 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으로 쉽게쉽게 하면 될것"이라며 증거은닉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자신의 상급자인 여성청소년과장·계장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증거물을 확보하라고 지시하자 사설 포렌식업체를 방문해 '데이터 복원이 불가하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러자 B씨는 A경위에게 "사건 처리 쉽게 해드리겠다"며 식사를 접대한 뒤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거짓 확인서를 제출했다.
이어 A경위는 B씨가 앞서 사설 포렌식업체에 낸 포렌식 의뢰서 내용 중 '1∼4시간 후 휴대폰 출고 가능,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이내 복구 완료됩니다'라는 문구를 가린 뒤 원본과 대조했다는 도장을 찍어 수사기록에 첨부했다.
그러고는 상부에 "복구에 2∼3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복구가 끝나면 이를 임의제출 받아 보내겠다"는 허위 내용을 넣어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정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사건 처리는 보통 3∼4개월 걸리는데, 고소장 접수 17일 만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며 "피해자가 두려워하는 영상 유포 가능성을 수사하지 않았고, 당시 휴대전화가 압수됐다면 나머지 동영상 유포 혐의도 수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A경위가 어떤 이유에서 B씨에게 먼저 증거은닉을 제안했는지 명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받았다거나 하는 등 유착 연결고리가 나오지 않았고, 본인이 '빨리 사건을 끝내고 싶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B씨는 올 3월 정준영이 불법촬영 및 유포 혐의로 입건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문제의 휴대전화를 제출할 당시 기기를 공장 초기화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그러나 누가, 언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는지 특정되지 않아 이 부분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