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홍콩 시위에 "폭력행위 규탄"…경찰 강경 진압 "지지"
中관영매체들 "폭도·외부세력 선동" 시위 비난…강경 진압 촉구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특파원 =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최근 홍콩에서 계속되고 있는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안) 반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향후 송환법안 통과 시 대규모 홍콩 시위가 발생할 경우 강력 진압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2014년 홍콩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인 '우산 혁명'을 진압한 데 이어 또다시 강경 기조의 대홍콩 정책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커졌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이미 최신 사태에 대해 담화를 발표했는데 홍콩에서 발생한 상황은 평화집회가 아니라 조직적인 폭동으로 어떤 문명 법치 사회도 평화와 안녕을 해치는 위법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의 말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중앙정부도 홍콩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셈이다.
겅솽 대변인은 홍콩 경찰이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쏘면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방식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중국 중앙정부는 각종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겅 대변인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을 향해선 "홍콩의 일은 중국의 내정"이라면서 "중국의 내정에 간섭 말라"고 요구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 또한 이날 일제히 홍콩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하면서 외부세력의 선동이 있었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가 폭력적인 수단으로 보도블록 등을 사용했다고 지적하면서 "통제력을 잃은 거리 정치는 홍콩을 낙후시키고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홍콩에서 일어난 "소란"이 "적"만 기쁘게 뿐이라면서 미국을 겨냥했다. 신문은 미국 CNN 방송의 보도를 예로 들어 "강 건너 불 보듯 하면서 악의에 가득 차 홍콩이 죽으라고 저주한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홍콩의 급진 반대파는 정치적 사익을 위해 중국을 적대시하는 외부세력과 한통속이 됐다"고 주장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무법이 홍콩의 법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해외판도 논평에서 시위대를 "폭도"로 매도했으며 "외부세력의 선동"도 있었다고 비난했다.
인민일보는 "반대 분자들이 대중을 홀리며 계속 폭력충돌 행위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폭력이 그들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 경찰이 폭도를 겁내지 않으며 폭도들이 폭력으로 정부와 국가를 협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진압을 지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친중 인사들을 인용해 "경찰이 폭력을 저지하기 위해 더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1989년 6월 4일 수도 베이징에서 일어난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을 유혈진압 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 관영 매체들은 홍콩 시위의 폭력적인 면만 보도했을 뿐 정작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다친 시위대의 상황에 대해선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홍콩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날 시위 참가자 가운데 적어도 72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페퍼 스프레이, 물대포를 사용했으며 홍콩 역사상 처음으로 고무총탄까지 쐈다. 트위터에는 한 시위 참가자가 눈 부위에서 피를 흘리는 동영상도 올라왔다.
홍콩의 야당과 시민단체는 범죄인 인도법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 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홍콩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하며 폭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향후 강경 진압을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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