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관련 메시지 여부 촉각…'평양회담' 제안했나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에 맞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밝히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 대해 "미국에서 대강의 내용을 알려준 바 있다"며 "그 친서 내용 속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지 않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답고 아주 개인적이며 아주 따뜻한 편지"를 받았다고 소개하며 "아주 긍정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친서에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담겼을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흥미로운 대목'을 언급한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 단순한 '안부 편지'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미 비핵화 대화의 진전과 관련한 어떠한 세부 사항도 담고 있지 않다고 보도하면서, '생일 축하 편지'라는 미국 정부 관리의 표현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대화 재개와 관련한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현재의 교착국면이 만들어진 만큼, 다시 정상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14일 친서의 내용과 관련해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미가 나눈 대화를 계속해 나가자, 협의를 이어갈 용의가 있다는 등 기존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차원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오라고 주문했지만, 미국의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했을 때 연말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6·12 싱가포르 정신'으로 돌아가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자는 취지의 이야기가 담겼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오슬로포럼 기조연설 직후 기자회견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현재의 교착국면을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도 김 위원장의 친서를 염두에 두고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방한하는데, 가능하면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 "저는 김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 돼 있다", "결국 우리가 만날지나 만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는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는 대미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을 수 있다는 추측도 거론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유대를 이어가고 있으니, 다음에 평양에 와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 센터장은 "협상 내용을 중시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는 형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울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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