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 비상계획·비축량 점검…"상황 예의주시할 것"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최재서 기자 = 국내 정유업계는 오만해 유조선 피격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추가 공격이 발생할지 등 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번의 피격으로 당장 공급에 차질을 빚진 않겠지만,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선박 운임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오만해를 지나던 유조선 2척이 습격당한 것과 관련해 정유업계는 한국 유조선이 피해를 본 것도,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것도 아니어서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당장 국내 정유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다만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했으니 선박 운임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석유 수송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수송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도 오르겠지만 재고평가손익에서 얻는 이익과 석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입는 손실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주유소 휘발윳값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당장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유사가 국제유가를 반영하는 데에는 일주일 정도가 걸리고 주유소 재고소진에는 1∼2주가 걸리기 때문에 통상 2∼3주의 시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국제유가 급등세가 단기적일 경우 이마저도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한국 석유·가스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대부분의 석유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해협 자체가 봉쇄될 경우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 도입의 73∼74%가 중동산이고 중동 석유 대부분은 오만해와 맞닿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의존도는 약 60∼7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봉쇄까지 간다면 석유가 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된다"면서 "석유가 막히면 한국은 '올스톱'(All-Stop)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석유 비축량이 200일 정도인 걸로 아는데 당장 못쓰진 않겠지만 그 이후에는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석유 비축량은 182.6일분이다.
정유사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원유수급에 문제가 없게 다양한 도입처를 확보하고 안정조달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큰 사건이 하나 발생했으니 추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한석유협회 회의실에서 '중동 석유·가스 수급 점검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안전 확인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또 중동의 정세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석유·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비상시 석유·가스 수급계획과 정부와 민간이 비축한 석유제품·가스 현황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에도 국내 석유·가스 유통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사전점검을 철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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