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관련 유조선 '공격범' 이란 지목하자 日정부 당황

입력 2019-06-14 17:57  

美, 日관련 유조선 '공격범' 이란 지목하자 日정부 당황
日정부 관계자 "유조선 일장기 안 달아…표적 아닐 것" 거리 두기
아베 이란 방문 중 유조선 피격·중재외교는 빈손…비판 여론 예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 관련 유조선 2척을 오만해에서 공격한 '범인'으로 이란을 지목하자 일본이 당황해 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이란이 의도적으로 일본 관련 유조선을 공격했다면 미국-이란 간 중재를 통해 국내외에 자신의 외교력을 과시하려던 아베 총리의 노림수가 정면으로 부정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4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란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평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대화 개시를 요구한 (아베) 총리의 외교 노력을 거절하고 이란 앞바다 바로 바깥에서 일본의 유조선을 공격해 일본을 모욕했다"고 강조했다.
'우방' 미국의 국무장관이 일본이 모욕을 당했다며 강하게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지만, 이와 관련해 일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4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과 공격 사이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언급을 피한 채 "(아베) 총리의 방문은 이란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만약 아베 총리의 방문 중에 이란이 의도적으로 일본 관련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재 외교'의 완전한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거창하게 내세우며 이란행 비행기를 탔지만, 별다른 성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면전에서 "중동 내 긴장의 뿌리는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경제 전쟁"이라며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했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아베 총리와 만난 직후 "미국의 말은 신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 일본을 당황하게 했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이란이 의도적으로 일본을 공격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피격된 유조선은 파나마 선적이라서 일장기를 달지 않았을 것"이라는 국토교통성의 설명을 소개하며, 일본 정부가 이번 공격이 일본을 노린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이 신문에 "일본의 유조선이라는 것을 알고 공격을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과 일본 관련 유조선의 피격 사실을 각각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만, 두 사안을 연계짓는 데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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