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비위에 '모른다, 아니다' 일관하다 일 키워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14일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사퇴 선언은 각종 의혹으로 점철된 'YG 제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최대주주이자 설립자, 현재까지도 소속 가수 프로듀싱의 핵심 역할을 맡은 그의 퇴진은 향후 YG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치욕적인 말들…더는 힘들어"…YG 양현석 사퇴 발표 / 연합뉴스 (Yonhapnews)
양현석은 서태지와아이들이 해체한 해인 1996년 현기획으로 출발해 1997년 YG를 설립했다. 이후 지누션, 원타임, 빅뱅, 투애니원 등을 키워내며 힙합 기반의 흑인음악 레이블로 정체성을 특화했다.
2011년 코스닥에 상장한 뒤 2014년부터 강동원, 최지우, 차승원, 김희애 등 톱배우들을 영입했고, 본사에만 직원 371명을 거느린 시가총액 5천368억원(14일 기준) 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음악, 패션, 푸드, 유통 부문에 거느린 계열사는 상장 1곳, 국내 비상장 15곳, 국외 비상장 6곳 등 총 22곳이다. 지난해에는 마포구 합정동 사옥 바로 옆 1천 평 부지에 신사옥까지 건립했다. 그야말로 'YG 제국'을 일군 셈이다.
그러나 경영 방식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소속 연예인들의 약물 파동 등에 대처하는 방식이 단적인 예다.
인기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은 2011년 5월 일본 방문 중 대마초를 피웠다가 7월 검찰에 적발됐다. 같은 그룹 멤버 탑은 2017년 연습생 한서희와 대마초를 피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빅뱅을 탈퇴한 승리는 클럽 '버닝썬'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전락했다.
YG는 이처럼 소속 가수들이 경악스러운 사건으로 검·경 포토라인에 설 때마다 '사실이 아니다', '모른다'고 부인하며 감쌌다.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해 대중의 몰매를 맞았다.
양현석은 버닝썬 사건이 불거진 올해 1월 31일에도 공식 블로그에 승리를 두둔하는 글을 올렸다. 그룹 아이콘의 비아이 마약 의혹이 불거진 2016년에는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최근 신고자를 협박했다는 의혹까지 나와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탈세 혐의와 관련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YG 측은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두 달에 한 번씩 미국에서 간이 마약 진단 키트를 구매해 자체적으로 약물 반응 검사를 한 결과, 소속 가수들이 양성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죽 약물 문제가 심각하면 그런 검사를 상시로 하겠냐는 조롱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어느 정도 체계가 갖춰진 회사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연예인은 일찌감치 내보낸다. 아무리 실력 좋고 스타성이 있어도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YG가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 없이 단기적 이익에 급급했던 게 아닌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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