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리카 특사 "보안군 살인·강간으로 상황 변화…대혼란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미국 정부는 이달 초 아프리카 수단에서 발생한 군부의 시위대 무력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티보 나기 차관보는 전날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수단 유혈사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나기 차관보는 수단 사태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미국은 끔찍한 사건들의 책임을 지게 할 독립적이고 믿을만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매우 강력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단 야권의 의사단체에 따르면 보안군들이 지난 3일 수도 하르툼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던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실탄을 발사한 뒤 현재까지 군부의 진압으로 전국에서 약 120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반면 수단 보건부는 시위대 사망자가 61명이라고 밝혔다.
나기 차관보는 "보안군들이 살인과 강간을 저지른 6월 3일 사태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혈사태 전까지는 수단이 비극을 끝내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컸다지만 현재 수단 정국은 내전을 겪은 리비아나 소말리아처럼 대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기 차관보는 지난 12∼13일 수도 하르툼을 방문해 야권 지도자들과 압델 파타 부르한 과도군사위원회(TMC) 위원장을 잇달아 만나 민주적인 권력 이양을 촉구했다.
미국 정부가 수단 유혈사태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지만 수단 군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과도군사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3일 "우리는 연좌 농성을 하던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계획했지만 일부 실수가 발생한 점이 유감스럽다"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야권의 국제적인 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올해 4월 11일 수단 군부는 30년 동안 통치한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했다.
이후 군부는 문민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야권과 권력 이양을 놓고 협상을 했지만, 과도통치기구 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앞서 수단에서는 작년 12월 중순 빵값 인상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4개월가량 이어졌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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