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기울기 조사하지만 외벽 마감재인 벽돌 상태 알 수 없어
시설물 안전점검 때 탈락 위험 벽돌 쓴 건물 심층 조사 필요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외벽붕괴 사고로 1명이 숨진 부산대학교 미술관 건물에 대해 사고 5개월 전 정밀점검이 시행됐지만, 건물 마감재나 외벽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부산대가 공개한 정밀점검 및 내진성능 평가 용역 결과표를 보면 미술관 종합평가는 B등급이었다.
보조 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있으나 건물 전반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구체적인 평가 항목을 보면 부재 규격 조사(A등급), 압축강도 시험(C등급), 콘크리트 탄산화(B∼C등급), 균열 조사(A∼C등급), 표면 노후화 조사(A∼C등급), 건물 기울기 조사(A등급)가 이뤄졌다.
특히 건물 침하 정도를 나타내는 기울기 조사에서 외벽 벽돌이 무너져 내린 미술관 전면 기울기는 1㎜에 불과해 구조적 손상을 발생시킬 수 있는 한계 기울기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
문제는 건물 기울기 조사로는 건물 침하나 변형 상태를 알 수 있을 뿐 외벽 마감재인 벽돌 상태를 알 수는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기울기 조사에서 외벽붕괴 징조를 느낄 만한 유의미한 수치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개교 이래 처음으로 60여개 건물을 정밀점검한 부산대는 B등급이 나온 미술관에 별다른 보강작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준공 26년 된 미술관은 5개월 만에 외벽 벽돌이 무너져 환경미화원 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시설물 정밀점검은 계측기로 건물 기울기 등을 측정하지만, 외벽 마감재를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정밀점검이나 정밀안전진단 등 시설물 안전점검 시 탈락 위험이 있는 벽돌을 마감재로 쓴 건물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대는 외벽이 붕괴한 미술관을 폐쇄하고 내외부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한 뒤 개방할 예정이다.
미술관과 같은 벽돌 공법으로 지어진 제9공학관의 경우 건물 모서리 4곳에서 기울기를 측정한 결과 최소 13㎜, 최대 51㎜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나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은 구조물의 경사도가 감지되는 상태다.
부산대는 제9공학관의 경우 탈락 위험이 있는 벽돌 마감재를 고정하는 보강작업을 곧 시작할 예정이다.
부산대는 사고가 난 미술관 정밀점검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자 최근 총장 지시로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합동 현장조사 결과를 받는 대로 이번 사고가 부실시공이나 부실관리 등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밝힐 예정이다.
win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