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3명 중 2명 "몰카 불안"…모텔·목욕탕 점검 확대(종합)

입력 2019-06-17 17:54  

서울시민 3명 중 2명 "몰카 불안"…모텔·목욕탕 점검 확대(종합)
女 52% '화장실'·男 65% '숙박업소' 가장 불안…서울시, 업주에 점검기기 대여
박원순 "나 역시 딸 가진 부모…불법촬영 걱정 없게 할 것"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서울 시민 3명 중 2명은 이른바 '몰카'(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불안감이 높은 장소로는 모텔 등 숙박업소를 꼽았다. 서울시는 숙박·목욕업소 등으로 몰카 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와 나무여성인권상담소가 지난달 23∼29일 만 19∼59세 서울 시민 1천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69%인 1천31명이 불법 촬영으로 일상생활에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성의 80%, 남성의 57%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장소는 숙박업소(43%), 공중화장실(36%), 수영장이나 목욕탕(9%) 순이었다.

숙박업소에 대한 불안감은 남성이 65%로 여성(28%)보다 갑절 이상 높았다. 여성보다 남성이 모텔 등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데다 몰카 동영상을 여성보다 많이 접했을 가능성이 커 불안감이 더 높은 것으로 서울시는 추정했다.
반면 여성은 공중화장실에 대한 불안감이 5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화장실 등에 구멍이 뚫려있는지 확인한다'는 응답자는 61%, '가급적 외부 화장실은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응답자는 44%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불법촬영 범죄가 증가하는 주된 이유(이하 복수 응답)로 '처벌 부족'(67%)과 '범죄라는 인식 부족'(62%)을 꼽았다. 대책 역시 '처벌 강화'(71%)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서울시는 불법 촬영 근절을 위해 6개 민간·공공단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 '불법촬영 걱정없는 안심서울' 4대 대책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우선 하반기부터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을 서울 시내 전 공중위생 영업장으로 확대한다.
그동안은 공중화장실과 민간이 요청한 건물만 업주의 허락을 받아 점검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개정된 공중위생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숙박·목욕업소 등 공중위생업소까지 직접 점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시내 숙박업소 객실 약 11만개와 목욕업소를 대상으로 자치구와 현장 합동점검 및 업주 자율점검을 병행한다. 무인텔, 시설이 낙후된 숙박업소, 유흥업소 주변 모텔촌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공중위생업소를 운영하는 영업자가 몰카를 설치했을 경우 시·도지사가 6개월 이내 영업정지, 업소 폐쇄 등을 명할 수 있다.
서울시는 마트, 백화점, 극장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 업주에게는 몰카 점검 기기를 대여해주고 사용법을 교육한다. 불법촬영 상시 점검을 알리는 스티커도 업소에 부착한다.

아울러 업주나 시민을 '명예안심보안관'으로 위촉해 정기 점검을 하도록 하고, 불법촬영 예방 캠페인을 벌인다. 시는 우선 500명을 위촉해 확대해 갈 계획이다.
불법촬영 근절 협약에는 대한숙박업중앙회, 한국목욕업중앙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한국백화점협회, 한국상영관협회 등이 참여했다.
이날 오후 시청에서 열린 '불법촬영 걱정없는 안심서울' 선포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은 숙박업소를 재현한 무대에서 점검 기기로 시계 시침, 캐비닛 손잡이 등에 숨겨놓은 초소형 카메라를 찾아내는 과정을 시연했다.
박원순 시장은 "나 역시 딸을 가진 부모"라며 "최근 연예인 불법촬영 사건이라든지 신림동 강간미수 등으로 시민들이 불안해하는데 반드시 (불법촬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욕탕·화장실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서 불법촬영 카메라가 적발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동영상에서 개인의 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사례가 많다"며 "숙박업소, 공중화장실처럼 시민의 불안감이 큰 장소부터 불법촬영 걱정 없는 안심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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