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시진핑 방북 계기로 비핵화 협상 물꼬 트이길

입력 2019-06-18 11:53   수정 2019-06-18 12:52

[연합시론] 시진핑 방북 계기로 비핵화 협상 물꼬 트이길


(서울=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을 지속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일 북한을 방문한다. 시 주석의 방북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것으로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만의 방북이라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부터 협상의 주요 고비마다 중국을 찾았지만 시 주석의 답방이 없다가 28~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시점에 답방이 성사돼 주목된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한미 등의 연쇄 정상회담이 예정된 민감한 시기여서 더욱 관심이 간다. 시 주석의 방북 소식을 접하는 우리의 주된 관심은 이번 방북이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이번 방중에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할 것이란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발표를 보면 시 주석이 모종의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 정부도 시 주석의 방북 준비 상황을 공유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최근 비핵화 협상 관련 분위기는 대화의 물꼬가 트일 때가 된 거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낙관을 하게 한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내며 잇따라 대북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북한도 새로운 셈법을 갖고 나오라고 미국을 압박하긴 하지만 일정 선을 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왔다. 북한이 이희호 여사 장례에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조화와 조의문을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중에 언제든 김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며 대화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북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물론 시 주석은 경쟁국인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방북 카드를 활용할 것이다. 북·중 정상의 만남은 늘 대미 압박 카드로 활용됐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가열되는 시점이라서 중국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방북을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한미 정상의 진전된 입장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돼 당사국 간 입장차이가 줄어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해 협상의 주요 고비 때마다 중국으로 건너간 전례가 있어 이번 북·중 정상의 만남은 더욱 관심을 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차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 정도 앞둔 3월, 6ㆍ12 1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인 5월과 6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올해 1월에 각각 중국을 찾는 행보를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시진핑 주석의 방북 때 대미 협상의 재개에 앞서 최종 입장 조율을 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이달에 진행되는 일련의 정상외교 이벤트는 북미가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새 접점을 찾을 좋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북미는 모처럼의 기회를 잘 살려 대화의 동력을 되찾아야 한다. 이와 맞물려 4차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대화와 교류의 새 돌파구도 마련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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