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통해 '정치적 해결' 강조…김정은에 '도발 자제·협상 복귀' 당부할 듯
北합리적 관심사 언급하며 "원대한 계획 함께 작성"…'비핵화 로드맵' 도출 의지
"북중 친선에 새로운 내용 부여할 것"…방북 보따리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김효정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일 방북을 앞두고 북핵 협상 진전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시 주석은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 주석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그간 한국 정부가 맡아왔던 비핵화 협상 촉진자 역할이 남북대화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일단 중국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대화와 협상'과 함께 '정치적 해결', '조율과 협조' 등의 표현을 동원해 여러 차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측은 조선측이 조선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고, "의사소통과 대화, 조율과 협조를 강화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현 상황을 "조선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쉽지 않은 역사적 기회"라고 규정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협상이 여의치 않을 시 '새로운 길'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최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을 높이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도발 자제'와 함께 '협상 복귀'를 당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시 주석이 정치적 해결을 강조한 것은 북한에 대해선 도발 자제를, 미국에 대해선 군사적 위협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지지한다고 밝힌 대목도 주목된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 전략 노선을 채택한 것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핵 대결'이 아닌 경제발전을 위해 힘써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또 "중국측은 조선동지들과 함께 손잡고 노력하여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비핵화·평화체제 로드맵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강조하며 공동의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러외교장관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의 종합적 해결 행동 계획인 기존 '로드맵'을 발전시키는 러시아와 중국의 새로운 공동 구상에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로드맵 도출은 완전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그리자는 차원에서 한국과 미국도 원하는 사항"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시 주석은 "대화를 통하여 조선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는데, '합리적 관심사'란 북한이 핵개발의 원인으로 지목해 온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다시 말해 체제보장 문제을 비롯해 제재 완화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문제가 해소돼야 핵폐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체제보장과 위협해소가 우선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법을 지지한다는 함의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선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단계에 합의한 뒤 이행도 큰 단위로 나눠 속도감 있게 이행하자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단계적 합의와 병행적 이행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며 비핵화뿐 아니라 북미관계의 정상화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센터장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등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와 더불어 집권 후 첫 평양 방문을 통해 북중관계의 완전한 복원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새로운 단계로의 관계 도약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이 기고문에서 전통적인 북중 친선에 '새로운 내용'을 부여하겠다며 "국가관리 경험을 교류하여 자기 당과 자기 나라의 사업을 훌륭히 계승하고 훌륭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눈에 띈다.
'국가관리 경험을 교류'한다는 표현에는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북한에 활발히 전수하겠다는 뜻이 담겼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시 주석의 '방북 보따리'에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사업이 담겼을지도 관심이다.
시 주석은 대북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경제 분야 협력이나 인도적 지원을 통해 '경제집중 총력 노선'을 천명한 김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중국은 안보리 결의를 지키면서도 북한을 돕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항공기나 열차 증편을 통한 관광객 유입 등을 거론하며 "유엔 결의 내에서 북한 경제를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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