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 자유조선 회원 보석요청 불허

입력 2019-06-19 10:19  

美법원,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 자유조선 회원 보석요청 불허
북한측 보복위협 등 놓고 변호인-검찰 공방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일으킨 반북단체 '자유조선' 회원인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38)에 대한 변호인의 보석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 진 P.로젠블루스 판사는 18일 오후(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중앙구역 관할 법원 청사인 에드워드 로이벌 연방빌딩에서 열린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보석 재심 심리에서 보석금 납부 조건의 석방 요청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그러나 크리스토퍼 안이 처한 상황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향후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신병 문제를 계속 심리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변호인 측이 보석 재심을 요구해 열린 이날 재판에서 크리스토퍼 안을 대리한 나은 림 변호사는 "피고인이 암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도피시키는 과정에 연루됐기 때문에 북한 측의 보복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그가 스페인으로 인도되면 북한으로 압송될 우려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자유조선은 범죄조직이 아니라 탈북자를 돕는 인권단체"라면서 "피고인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는 입증된 것이 아니며, 수배를 받고 있는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창과 공모한 증거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미 연방당국을 대리한 존 룰레지안 검사는 이에 대해 "조약에 의해 스페인 사법당국으로부터 범죄인 인도 요청이 제기된 피고인을 석방했다가 도주할 경우 외교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피고인은 습격사건 직후에도 대사관 차량을 타고 도주한 만큼 도주 우려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룰레지안 검사는 "크리스토퍼 안을 스페인으로 인도하면 북한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변호인 측은 주장하지만, 우리는 그를 북한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북한대사관 습격 과정의 폭력성을 둘러싸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피고인 등이 초청을 받아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며, 대사관 정문에서 찍힌 폐쇄회로 TV 화면에는 피고인이 아무런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온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고인과 수배된 자유조선 회원들이 모조권총과 칼, 포박용 도구 등을 휴대했으며 북한대사관 직원들의 부상을 유발했다"면서 "피고인은 체포되는 과정에서도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지역사회에 위협이 된다"라고 반박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이에 대해 "(피고인의 보석을 받아들여야 할) 특수한 사정에 대해서는 추가로 심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지난 2월 에이드리언 홍창 등과 함께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대사관 직원들을 폭행·결박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USB 등 자료를 강탈한 혐의로 지난 4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체포 직후 공판에서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았으나 이날 공판에서는 사선 변호인 3명을 대동했다. 법정에는 그의 가족과 친지 30여 명이 방청했다.
그에 대한 다음 재판은 7월 18일로 잡혀 있으나 검찰과 변호인 측 요청에 따라 공판 기일이 변경될 수도 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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