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대통령의 미온적인 대응이 시위 촉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선박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뒤 달아난 사건에 대한 필리핀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항의하는 반중(反中)시위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벌어졌다.
19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필리핀 시민 50여명은 전날 마닐라 도심 리잘 파크에서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태우면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중국은 침략을 끝내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했으며, 종이로 만든 오성홍기 22개를 태웠다.
시위대가 침몰한 어선에 타고 있던 필리핀 어부가 22명을 고려해 오성홍기 22개를 태웠다고 SCMP는 전했다.
시위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필리핀 어선 침몰에 대해 "단순한 충돌사고"라며 의미를 축소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7일 해군기지에서 한 연설에서 "그것은 단순한 선박 충돌사고"라면서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반중시위를 조직한 단체의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친(親) 중국 성향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아테네오 데 다바오 대학의 라몬 벨레노 교수는 "정부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때까지 필리핀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선박은 지난 9일 남중국해 상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은 뒤 어부들을 구조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달아났다.
다행히도 어선에 타고 있던 필리핀 어부 22명은 몇 시간 만에 베트남 선박에 구조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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